청와대는 31일 재정(財政) 확대 및 증세(增稅) 논란에 대해 "재정은 확대해야 하지만 증세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을 늘려 돈은 풀겠지만, 세금은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증세론이 제기되자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세 없이 재정만 확대하면 나랏빚이 늘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미래에 나라 살림이 거덜나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당장 눈앞의 표(票)부터 잡고 보자는 포퓰리즘 정책" 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브리핑에서 "증세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중장기적 증세 필요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개인 의견"이라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재정 확대에 대해선 "경기 상황을 감안해 단기적 확장 재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지금은 증세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2022년 45%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선거에 불리한 법인세·소득세율 인상 등 증세 방안 대신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GDP가 기재부 최근 전망대로 2126조원이고, 국가 채무 비율이 45%로 뛰면 국가 채무 규모는 956조원에 이르게 된다. 작년 말 현재 680조원인 국가채무를 4년 만에 277조원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우리 국가 재정은 매우 건전한 편"이라며 "국가 채무 비율을 40%로 삼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했다. 이후 불문율처럼 유지돼온 '국가 채무 비율 40% 유지'라는 정부 방침이 흔들리고 있지만, 적자 재정을 통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복지 지출과 노인 공공 일자리 예산 같은 선심성 고정 지출을 대폭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무지출 비율은 이미 정부 지출의 50%를 넘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부양에 큰 효과도 없는 단기 공공근로 대책이나 일자리 안정자금 등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출 절감 등을 통해 재정 건전화를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