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4시 45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 송철호 울산시장이 등장했다. "지금부터 120만 울산 시민의 염원을 담은 의식을 거행하겠다"는 사회자의 안내 직후였다. 이 행사는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 총궐기대회'다.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법인분할) 후 생기는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둬야 한다는 주장을 알리기 위해 열렸다.

삭발한 울산 시장 "끝까지 싸우자" - 29일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송철호(왼쪽)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이 삭발하고 있다. 이날 송 시장 등은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 총궐기대회'에 참가해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법인분할) 이후 생기는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시장은 "오늘의 싸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끝까지 싸우자"고 했다.

안내를 받고 나온 송 시장은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무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곧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늘이 감복해서 현대중공업을 옮기려고 하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이 의식을 치릅니다. 함께해주십시오!" 이어 송 시장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삭발식이 시작됐다. 송 시장 옆에서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도 삭발에 참여했다. 머리카락을 자른 송 시장은 "우리가 울산이다, 울산이 현대중공업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가 주주총회장 점거를 사흘째 이어가는 가운데 갈등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송 시장이 오히려 집회 전면에 나서고 있다. 송 시장은 울산 시민 3000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서 "오늘의 싸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끝까지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현대중공업은 반세기를 함께한 울산을 외면하지 말고 본사를 울산에 존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공식 발표한 지난 3월 이후 범시민 촉구대회, 궐기대회 등 대규모 집회를 이끌며 사측을 압박해 왔다.

이 같은 송 시장의 행보는 민노총이 주도하는 불법 시위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8일 오후에는 노조 차량에서 쇠파이프와 시너가 발견되면서 과격 시위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노조는 송 시장의 행보를 사실상의 지원 사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울산을 위해선 불법 점거도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경찰도 사측의 퇴거 요청을 집행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송 시장 등 정치권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시장 등 지역 정계, 주민 여론 등이 노조와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퇴거를 바로 집행할 명분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송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 '친문 핵심'으로 통한다. 현재 민노총이 공식적으로 밝힌 조합원 수는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100만300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