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자유조선의 '김한솔 원본 영상' 공개는 자유조선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혐의로 미 사법 당국에 공개 수배된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졌다. 그동안 미국은 자유조선 구성원인 크리스토퍼 안을 체포하고, 홍 창의 거처를 급습했다. 홍 창은 현재 수사망을 피해 은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유조선이 홍 창과 크리스토퍼 안을 구명(救命)하고,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지키기 위해 김한솔을 등장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유조선은 국내 언론에 보낸 이메일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인도주의'를 강조했다. 김한솔 구출과 관련해 "그의 요청으로 인도주의 차원에서 단행했다"고 밝혔고, "우리는 정치 목적의 임시정부이기에 앞서 인도주의 단체"라고 했다. "(김한솔 구출에) 크리스토퍼 안을 비롯한 몇 명이 긴급 동원됐다"며 이미 미 당국에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이 김한솔 구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자유조선 관계자들은 독재 정권의 위협에 직면했던 김정남 가족을 포함해 수명의 탈북민을 구출하는 데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았던 인도적 실천·행동주의자들"이라며 "우리 조직을 통해 제3국에서, 평양 내부에서까지 탈출한 이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탈북민 구출'을 업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자유조선이 향후 재판 등 과정에서 '김한솔 구출' '북한 인권 운동'을 명분으로 내세우려는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올 하반기 집중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맞춰 조직의 활로를 찾겠다는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김정봉 전 국정원 대북실장도 "북한 정권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다시 부각하고 자신들의 업적도 내세우는 모습에서 에이드리언을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자유조선은 지난 3월 1일 '임시정부'를 자처하며 "이 정부가 북조선 인민을 대표하는 단일하고 정당한 조직"이라고 했다. 그들은 이날 공개된 이메일에선 "우리는 평양을 포함하여 활동의 신속함과 정확성을 갖추기 위해 근 십년 동안 세계 도처에 거점을 만든 국제적인 범위의 조직"이라며 "이런 규모와 실력을 가진 우리 조직이어서 김정남 암살 이후 김한솔의 다급한 구원 요청이 가장 먼저 우리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고 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작년 6월 에이드리언 홍 창을 만났는데 자신이 김한솔,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싱가포르·네덜란드를 경유해 데려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자유조선이 평양에도 자신들의 거점이 있고, 규모도 어느 정도 크다는 점을 강조해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유조선에 관해 한 고위급 탈북자는 "김정은 체제에 반기를 들고 망명한 전직 공작원들의 모임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자유조선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김정남 임시정부 수반 요청설'에 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이들은 "김씨 세습을 반대하는 우리에게 '김정남·김한솔 지도자설'은 가장 치욕으로 간주된다"며 "자유조선 내부의 그 어떤 관계자도 김정남을 만난 적 없다"고 했다. 김정남에게 망명정부 지도자를 맡아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