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택 울산지검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 청와대의 검찰 개혁안을 비판하는 이메일을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보냈다. 송 검사장은 "검찰이 국민 비판을 받게 된 근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안 했다" "세월호 참사 때 해경 해체와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검찰이 불신받게 된 것은 절도나 강도, 사기, 살인 사건 등 전체 형사사건의 99%를 차지하는 사건 처리를 잘못해서가 아니다. 송 검사장 지적대로 1%에 불과한 정치적 사건 수사에서 공정성을 잃고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하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이다.

검찰 개혁은 검찰의 중립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청와대 '개혁안'에는 이 내용은 없다. 검찰 직접 수사가 가능한 구체적 범죄는 대통령령(令)으로 정한다고 한다.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검찰 장악이다. 송 검사장은 이메일에서 검찰이 수사 상황을 법무부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하는 행태를 고발하면서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는 (정권에) 충성 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했다. 또 "현재 시스템이라면 (정권과) 코드가 맞거나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총장이 된다"며 검찰총장과 검사 인사제도를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27일 본지 인터뷰에서도 "검찰의 (청와대) 보고와 인사 시스템을 당장 고치는 게 진정한 검찰 개혁"이라고 했다. 우리와 검찰제도가 유사한 프랑스 등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검사 인사를 헌법기구인 사법평의회에 맡겨 대통령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있다. 선진 사법제도를 가진 나라 가운데 대통령이 검사 인사에 전권을 행사하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뿐이다. 청와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외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