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가 일반 근로자보다 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1.55배 높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외부와 차단된 클린룸에서 방진복을 입고 일하는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의 백혈병 발병 위험은 일반 근로자보다 2.7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과 백혈병의 의학적 인과관계를 밝힌 것은 아니라고 연구원 측은 밝혔다. 반도체 사업장 전·현직 종사자 약 20만명의 병력을 약 17년간 추적해 이들 중 백혈병·비호지킨림프종(악성림프종) 등 혈액암에 걸린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 고용보험에 가입된 전체 근로자의 암 발생률과 비교했다.

17년 동안 반도체 종사자 19만명 중 혈액암 발병 141명

산업안전연구원은 반도체 근로자 19만7641명을 대상으로 1998~2015년 사이 17년간 병력을 조사했다. 백혈병이 발병한 근로자는 총 67명, 악성림프종은 총 74명이었다. 같은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들의 병력을 추적해 비교했더니, 반도체 근로자가 백혈병은 1.31배, 악성림프종은 1.43배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재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은 "혈액암 발생 원인을 알 수는 없었다"면서도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은 된다"고 밝혔다.

2011년 이후 입사자 발병은 5명

조사에 따르면, 혈액암이 발병한 근로자 대부분이 2010년 이전 입사자다. 백혈병과 악성림프종 발병자 가운데 2011년 이후 입사한 사람은 5명이었다. 2011년 이후로는 혈액암 발병 건수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반도체 종사자 백혈병 논란이 있었던 2010년을 전후로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반도체 공정 자동화를 하거나 유해 물질을 관리하는 등 작업환경을 개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족력 등 다양한 암 발생 요인이 조사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반도체 근로자가 일반 근로자보다 혈액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