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의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Beyond Meat)'가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첫날 주가만 163% 상승했고, 시가총액도 37억7600만달러(약 4조4179억원)를 기록해 올해 기업 공개(IPO) 업체 중 최고 실적을 거뒀다. 2009년 설립된 비욘드 미트는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일반 고기와 똑같은 맛이 나는 '인조 고기'를 만드는 업체다. 빌 게이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도 이 회사에 투자했다.

비욘드 미트의 성공은 사실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미국에서 채식은 점차 식생활의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채식주의자 가운데서도 가장 극단적인 단계로 분류되는 '비건(vegan:고기, 어류 및 달걀,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철저한 채식주의자)'은 같이 식사하기 힘든, 까칠하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경향이 강했다.

최근엔 비건을 위한 시장인 '비거노믹스(vegan과 economics를 합친 말)'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은 '비건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조사 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채식 시장은 2017년 10억5000만달러(약 1조2285억원)에서 2025년 16억3000만달러(약 1조9071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채식이 '대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반려동물 증가 등으로 인해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이거나, 도축 등을 목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공장식 농장에서 동물을 사육하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명한 비건 배우 내털리 포트먼은 작년 잡지 '베너티 페어' 인터뷰에서 "첫째를 임신했을 때 태아에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계란과 유제품을 먹을까 고민했다. 계란이나 우유는 동물을 죽여서 얻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인간이 이를 위해 어떤 환경에서 동물을 사육하고 있는지를 떠올리고 바로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날로 고조되고 있는 환경오염에 대한 위기감 역시 채식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다. 사육용 동물들이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도축 과정에 엄청난 양의 물이 소모되기에 지구 환경에 해롭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지키고 있는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살아 있는 동안 비건의 식생활을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영화 '타이타닉'을 만든 감독 제임스 캐머런도 같은 이유로 비건이 됐다. 그는 올해 초 '고기를 안 먹으면 단백질 섭취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비건 운동선수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게임 체인저(The Game Changers)'를 제작했다.

이러한 채식 열풍은 특히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식음료 시장 네트워크인 '푸더블 랩(Foodable Labs)'에 따르면, 작년 소셜미디어에서 '비건 푸드'의 태그 및 사진 공유 횟수는 전년 대비 79% 늘어났다.

월간지 애틀랜틱은 "신세대 채식주의자들은 스스로를 'flexitarian(유연한·flexible과 채식주의자·vegetarian를 합친 말로, 채식을 주로 하지만 때때로 소량의 육류를 먹는 사람)' 혹은 'climitarian(기후·climate와 채식주의자를 합친 말로, 지구온난화 방지를 목적으로 한 채식주의자)' 등으로 세분하는데, 이러한 소규모 집단 내에서 동류의식을 통해 채식에 대한 의지를 더 강하게 다진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채식주의는 단순히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라면서 "사회 변화에 힘입어 채식주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