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에 가장 아름다운 내부 공간과 외부 형태를 제공했으며, 건물이 세워질 주변 환경을 먼저 고려한 건축가였다. 그가 남긴 건축과 휴머니티에 대한 헌신에 감사드린다."(프리츠커상 홈페이지)

"그는 부지런하고 믿을 만한 건축가이자 진정한 장인(匠人)이었다."(루브르 박물관)

하늘로 떠난 건축 거장을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이 주말 내내 이어졌다.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貝聿銘·102·작은 사진)가 지난 16일(현지 시각)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건축계 인사들과 페이가 설계한 박물관·미술관들이 추모 메시지를 잇따라 발표했다. 프리츠커상을 운영하는 미국 하얏트 재단은 "페이는 지난 60년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피라미드, 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동관 등 현대 건축의 상징적 건물뿐 아니라 시민 센터, 상업 공간까지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하고 의미 있는 작품들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고 추모했다. 페이는 1983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플레이스 빌 마리'를 포함한 그의 아름다운 건축물은 캐나다인과 세계 시민들의 마음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플레이스 빌 마리는 페이가 설계한 47층 빌딩으로 몬트리올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설계로 유명한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인스타그램에 "그의 작품에서 천년을 이어 온 건축 전통의 정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썼다. 페이가 설계한 박물관·미술관들도 동참했다.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는 "페이의 죽음은 국가와 갤러리, 그의 디자인에 경탄했던 관람객 모두에게 크나큰 상실"이라고 했다. 존 F 케네디 도서관·박물관, 일본 시가현 미호 박물관, 중국 쑤저우 박물관, 베를린 독일역사박물관도 페이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했다.

(위)이오 밍 페이를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뜰의 피라미드. 유리와 강철이라는 소재, 기하학적 형태 등이 파격적이라 설계 당시엔 프랑스인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지금은 프랑스의 상징이다. (가운데)현대적 디자인이면서 고풍스러운 서관과 같은 대리석을 써서 ‘신구(新舊)의 조화’를 꾀한 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동관 내부. (아래)중국 전통 건축에서 색채를 차용한 쑤저우 박물관. ‘마지막 모더니즘 건축가’로 불린 페이의 대표작이다.

페이는 1964년 존 F 케네디 도서관·박물관 설계자로 발탁된 이후 박물관·미술관 설계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1968년 맡은 내셔널 갤러리 동관 설계는 신구(新舊)의 조화라는 그의 건축적 주제가 본격화한 프로젝트였다. 페이는 동관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설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서관과 같은 대리석을 써서 시각적 통일성을 부여했다.

이 작업이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눈에 띄면서 페이는 루브르 박물관 재정비 프로젝트도 맡게 됐다. 당시 프랑스인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던 유리 피라미드는 오늘날 루브르는 물론 프랑스의 상징이 됐다. 좋은 건축은 옛것의 답습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산물임을 증명하는 강력한 사례이기도 하다. 베를린의 독일역사박물관(2003) 역시 300년 된 바로크 양식 본관 옆에 달팽이를 연상시키는 나선형 유리벽의 신관을 증축한 프로젝트다.

'지역성' 역시 페이의 화두였다. "나에게서 중국이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다"고 했던 그는 아시아의 전통을 깊이 이해했다. 일본 옛집의 지붕을 연상시키는 시가현 미호박물관(1997)은 일본 전통 건축의 태도를 따라 주변 숲의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중국 쑤저우 박물관(2006)에서는 지역 건물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흰색과 짙은 회색을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