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부장판사 출신 김영식 변호사가 임명됐다. 전임자인 김형연 전 비서관과 같이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를 지냈다고 한다. 특정 판사 서클 출신이 사법부 고위직 인사(人事)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비서관을 주거니받거니 하며 연달아 맡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김 비서관 내정설은 그가 판사 사표를 제출한 직후에 나왔다. 당시 판사들 사이에선 "사법부가 행정부의 일개 부처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자 김 비서관은 내정설을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그야말로 오보" "인권법 모임을 폄훼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김 비서관은 그래 놓고선 로펌 변호사가 된 지 석 달 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옮겼다. 명색이 판사 출신이 거짓말을 이렇게 대놓고 한다. 이런 사람이 남의 거짓을 재판하고 고위 공직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인권법연구회와 그 전신(前身) 격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중에는 정치나 여론으로부터 독립돼 재판하는 판사가 아니라 정치집단 행동대 비슷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경우가 많았다. 우리법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뼛속까지 친미'라고 비난했는가 하면 '가카새끼 짬뽕'이라고 한 판사도 있었다. 인권법 판사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다음 날 소셜미디어에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들"이라고 썼고, 다른 판사는 "재판이 곧 정치"라고 했다. "법관 탄핵을 소개해줄 국회의원을 찾아달라"며 인터넷 청원 운동을 벌인 판사도 있었다.

이 모임들 소속 판사는 전체 법관의 15%가량에 불과하지만 현 정권에서 뽑힌 대법관 9명 가운데 4명, 헌재재판관 9명 가운데 4명도 차지하고 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법원장과 법관대표회의 의장, 법원행정처 간부, 대법관·헌법재판관 추천위원 등 사법부 요직(要職) 대부분도 이 모임 출신이 맡았다. 사법부가 아니라 정권 행동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