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13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문학과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서울대 객원교수),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로스쿨 원장) 위원이 참석했다.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내왔다.

―최근 여야 4당이 선거법과 공수처 등의 법안을 국회 관련 특위 위원의 강제 사·보임(교체)을 통해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을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이와 관련, 양측 찬반 의견을 평면적으로 소개하는 대신 조선일보의 독자 분석과 평가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쟁점은 이 의원이 소속 정당 당론을 따르지 않고 소신 투표를 할 수 있는지 여부다. 헌법 46조 2항을 보면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되어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이자 소속 정당 대표자라는 이중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이 충돌할 경우 당론보다 국가 이익이 우선한다. 국회법에도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되어 있다. 헌법과 국회법이 의원들의 소신 투표와 자유 투표를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언론이 지적해야 한다. 이런 원칙이 실천되었다면 이번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그 의미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의 유산은 현재진행형이며, '대중문화의 아이콘'처럼 자리 잡았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전기와 후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창균 칼럼: 文 정부가 노무현의 명예를 회복시킨 방법〉(4월 11일 오피니언면)에 나온 것 같이 한·미 FTA 체결, 제주 해군기지 건설 결정 등 후기에 보여준 모습이 대한민국을 위해 올바른 길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집권 전반기를 그의 유산으로 생각하고 정책을 펴고 있다. 노무현 정신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막상 닥쳤을 때 아니다 싶으면 방향을 180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하는 것은 노무현 정신과 정반대이고 고집불통이다. 이런 점을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제기해야 한다.

왼쪽부터 정유신·김성호·손지애·위성락·홍승기 위원, 조순형 위원장, 한은형·이덕환·김경범·김성철 위원, 차학봉 편집국 부국장.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세월호 참사 5주기가 우리 사회에 몰고 온 파장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부족한 것 같다. 세월호 참사 당시 우리 사회는 '모두 죄인'이라며 안전 불감증과 원칙을 파괴했다는 자책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남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단죄 담론'으로 바뀌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지금 우리가 할 것은 단죄가 아니라 회개와 반성이라는 캠페인성 화두가 필요하다는 것을 조선일보가 지적해야 한다.

―〈푸틴 "6자회담 통해 北 체제 보장하는 방법 찾아야"〉(4월 26일 A6면)는 언론이 북·러 정상회담에 지나친 관심을 표명하면서 의미가 과장되었다. 회담 경위를 복기하면 푸틴이 6자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도 6자회담을 다시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국, 미국, 북한 모두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자들이 푸틴에게 "6자회담을 다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나중에 유용할 수 있다"고만 했다. 6자회담을 할지 말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피해갔는데, 국내 언론에는 6자회담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中, 택배 반송·교통체증까지 보험… 얼굴 보고 대출해준다〉(4월 30일 A10면)는 중국의 핑안보험이라는 회사가 사람의 얼굴 표정을 보고 그의 금융 신용도가 얼마나 될 것인가를 인공지능(AI)으로 판단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얼굴에 나타나는 기쁨과 불안 표시가 이 사람의 신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다. 이런 궁금한 내용은 기사 뒤쪽에 나오는데, 내용이 어려워 여러 번 읽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주제를 다룰 때는 무엇보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 판'을 바꾸는 프런티어를 가다〉(4월 16일~5월 3일) 시리즈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으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핀테크(기술금융)를 시의적절하게 다루었다. 다만 금융 분야가 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 혁신의 중심에 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 분석과 함께 최근 발전 방향 등이 충분히 소개되지 않아 아쉬웠다. 금융 거래 데이터는 모든 제품의 소비자 데이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변혁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금융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 모든 산업과 연결되는 금융 거래 데이터를 통해 금융 분야를 뛰어넘어 다른 분야와 연결되는 최신 동향을 다루어주면 좋겠다.

―정부가 최근 유류세 인하 폭을 15%에서 7%로 줄이면서 휘발유와 경유, LPG 값이 올랐다. 유류세를 조정할 때마다 주유소 등에서는 난리가 벌어진다. 유류세를 놓고 정부 부처 간 엇박자도 벌어지고 있다. 기재부는 경유값을 국제 시세보다 싸게 매겨 놓고, 환경부는 미세 먼지의 주범이라고 경유차를 퇴출시키려고 한다. 유류세와 관련해 정부의 부당한 시장 개입과 정책 실패를 비판해야 한다.

―〈"현금 안 받는다"… 중국 노인들, 모바일 결제 봉변〉(4월 29일 국제면)은 중국에서 디지털 소외 노년층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인데, 노인들이 디지털 격차를 겪는 것은 우리나라가 더 심각하다. 중국의 가십성 기사로 소개하기보다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 실태를 점검하고 해결책을 찾는 기획 기사로 발전시켰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노인들에 대한 '디지털 포용'정책을 위해 디지털 교육이나 도우미 지정, 일정 서비스 오프라인 방식 유지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영상으로 공부 가르치고 랩하고… '쌤튜버'(선생님+유튜버) 시대〉(4월 20일 사회면)는 유튜브에서 북유럽의 학습 온라인 공동체 같은 것을 시도하는 교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시도하는 교사들의 의도와는 달리 유튜브로 얻는 광고 수익을 거론하면서 교사의 영리 활동, 겸직 논란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오히려 교사들의 활동을 옥죄는 기사가 되었다. 이런 시도가 영상을 통한 사회 교육이나 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했으면 굉장히 의미 있는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5시간 줄서 커피 한 잔… 가치 있는 경험인가, 특유의 쏠림인가〉(5월 11일 아무튼, 주말)는 서울 성수동에 들어선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1호점 앞에서 커피 한 잔 마시려 5시간 줄 서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대개 '할 일 없다' '한심하다' 같이 질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사는 줄 서는 사람들의 심리학을 인상적으로 다루었다. 이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