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미국 행정부는 누가 집권하든 예측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

세계 각국의 전직 총리와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전 회장)가 참석한 14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평화와 번영을 위한 리더십의 역할' 세션에선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EU(유럽연합) 소속국 총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 미국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 반면, 미국의 원로 보수인 퓰너 전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파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렌치 전 총리는 이날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만 기다릴 수는 없다"며 "우린 '예측 가능한 관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하면 우리가 팔로하는 관계가 아니라, 레이건·부시·클린턴·오바마 정권 때처럼 (미·유럽 관계가) 발전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세계경제에 위험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퓰너 전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리더십의 이례적 현상이 아니다"라며 "분쟁 해결 메커니즘이 작동했던 예전 편안한 시대로는 다신 돌아갈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주장이다.

전직 총리들은 최근 미국 우선주의 정책, 브렉시트 등으로 다자주의 기반의 국제 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데도 우려를 표했다.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법치주의에 기반해 형성된 ‘세계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이브 르테름 전 벨기에 총리는 “유럽의 과반수는 단합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지금 정치 리더들은 인기가 없는 일을 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하며 자신을 홍보하기보단 도움이 될 만한 ‘실제 행동’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