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가 지원한 쌀을 남포항에서 하역하고 있다.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이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외부 지원이 북한 정부의 책임을 덜어주고 가용 자원을 무기 개발에 전용하도록 돕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장 감시 등 대북 지원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VOA는 이날 마크 카세이어 스위스 제네바 주재 미국 대표부 임시 대사가 지난 9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북한은 북에서 활동하는 외국 인도주의 지원단체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도록 허용하고, 모든 북한 사람들에 직접적으로 아무런 방해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북 지원 활동의 투명성 보장을 강조한 것이다.

VOA는 "미국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1995년~2008년까지 북한에 모두 13억 달러 이상의 인도적 지원을 했으며 이 가운데 54%가 식량 지원이었다. 미국은 이후에도 2011년과 2017년에 북한 홍수 피해 지원 자금으로 190만 달러를 유니세프 등을 통해 지원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 지원 때마다 식량 지원이 수해 피해자나 가장 가난한 취약 계층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국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로베르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12일 워싱턴포스트(WP) 신문 기고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인도적 지원 재개는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부합해야 한다"며 "북한 정부가 상당한 자원을 식량과 보건이 필요한 인구에 투입해 정부의 책임을 외국의 지원으로 대체하지 말아야 하고, 인도적 지원품 운송에 대한 번거로운 규제들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유엔 기구들이 20년 이상 북한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고 있지만 관계자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취약 계층에 제한 없이 완전히 접근하기 힘들고 당국의 방해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으며 독립적인 데이터 수집 활동과 지원이 항상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전달되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에 "미국은 법적으로 해외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실질적인 필요와 평가, 투명성 보장 등에 따라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또 "북한 정부가 많은 자원을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시험 등에 허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자고 말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선택권은 고통 당하는 북한 주민이 아니라 북한 정부에 있기 때문에 상황을 철저히 평가하면서 지원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VOA는 "엘리트 출신 탈북민들은 북한 정권이 대북 식량 지원을 순수 인도적 차원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에 따라 전략적 ‘전리품’으로 활용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워싱턴을 방문했던 엘리트 출신 탈북민이 VOA에 "북한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김정은 위원장의 전리품으로 선전하고, 대북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 주요 기관에 지원품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지난 9일 UPR에서 "인도적 기구들에 제한 없는 접근을 허용하는 등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낸 장일훈 북한 외무성 선임연구원은 UPR에서 "‘현장 접근이 없으면 지원도 없다’는 원칙에 따라 국내 모든 기구가 제한없이 활동하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고 기구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