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북한을 둘러싼 대외 환경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좌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상황이 바라던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김정은으로서는 군사적 행보를 계속 이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3일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한주동안 북한 ‘노동신문’, 대남선전매체 ‘메아리’,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등을 살펴보면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과 불만수위가 높아졌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원활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측이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생색내기를 하지 말라’고 한 것과 관련, "식량을 받아도 당당히 폼 있게 받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우리 정부에 동족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한 것은 식량을 주겠으면 빨리 주면 되는 것이지 시간만 끌면서 (식량을) 준다고 소문만 내 ‘북한을 약자로 남한을 강자로’ 보이게 하는 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 매체가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선 "개성공업지구 재가동문제는 김정은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제재해제 문제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한동안 사라졌던 이슈였는데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시 시동을 걸어 보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진 것 같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과 중국·러시아와의 관계와 관련해선 "러시아 방문후 오히려 군사 행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을 통해 뚜렷한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 "시진핑이 북중 관계설정 70주년인 올해 중으로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고 최근 평양주민들 속에서도 시진핑이 상반기 안으로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소문이 없어졌다고 한다"며 "시진핑으로서는 미중무역전쟁이라는 심각한 상황앞에서 북한을 방문해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계획된 방문을 하반기로 미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미국을 좀 자극하려고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북한의 ‘생색내기’라는 비난에도 우리 정부가 식량지원을 계속 검토해 나간다니 김정은으로서는 약이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상황이 바라던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북한 내부에서 정책실패의 책임을 묻는 희생양을 찾으려는 가능성이 커져 부서마다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과잉충성을 할 것이고 그러면 김정은으로서도 내부의 이러한 흐름에 떠밀려 군사적행보를 계속 이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올해 상반기 안에는 미북 비핵화 협상이나 남북대화의 실마리를 찾기가 힘들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