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념 KBS 대담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사된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일단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한다"며 미사일임을 처음 인정했다. 다만 북한이 미국에 대화를 촉구하기 위한 '시위 성격'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지만, 남북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북한에 "대화 국면을 깰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적극적인 규탄 대신 대북 식량 지원과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와의 취임 2주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사회자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담에서 남북 관계, 국내 정치 현안, 경제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과 이날의 발사체 성격을 구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발사는 북한이 신형전술무기로 규정했고 고도와 사거리를 고려해 미사일로 단정하기 이르다고 봤고 현재도 한·미 양국이 분석 중"이라며 "오늘은 고도는 낮았지만 사거리가 길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모두 미사일이라고 하는 상황에서도 아직도 4일 발사체가 미사일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의도를 대화를 위한 것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하노이 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것에 불만을 가진 것 같다"며 "비핵화 대화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는 압박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 해법은 북·미 양국이 조속히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이라며 "대화의 장에서 불만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연쇄 미사일 도발 이후에도 대북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과거에는 이런 발사를 하면 허세를 부리고 과시하는 행동을 했다"면서 "이번에는 발사 방향이나 미국, 일본, 한국에 위협되지 않는 방식으로 발사했기 때문에 북한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면서 판을 깨지 않도록 유의를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도발에 대해 "남북이 함께 기존 무기체계를 발달시키기 위한 시험 발사나 훈련 등은 계속해 오고 있기 때문에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남북 군사합의 1장은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돼 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적대 행위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것이었다"며 "북한이 과거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문제를 삼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일단 미국은 지금까지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안보리 결의에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말라는 표현이 있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 위반의 소지가 없지 않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식량 사정을 설명하면서 "동포애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대화를 조금 열어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도발에도 식량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문 대통령은 "식량 지원을 위해서는 국민의 공감도 필요하다"며 "차제에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하자 "지지부진하다고 말하기는 그렇다"며 "우리가 북한에 아직 재촉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제 북한이 대화할 상황이 됐기 때문에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회담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다음 달 G20 회의 때) 일본을 방문할 텐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며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고 앞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과거사를 국내 정치 문제로 다뤄 양국 미래지향적 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