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사일은 각각 420㎞와 270㎞를 비행했는데 정점 고도가 50여㎞였다. 스커드·노동 등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420㎞ 비행할 경우 최대 고도가 120~140㎞, 270㎞ 비행할 경우 80~90㎞로 50㎞보다 2~3배가량 높다. 군 소식통은 "스커드·노동미사일 등은 최대 고도 50㎞로 270~420㎞를 비행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미사일의 정점 고도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평안북도 구성에서 270~420㎞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군 안팎에서는 스커드B·C 계열 미사일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스커드B의 사거리는 300㎞ 안팎, 스커드C는 500㎞ 안팎이라 사거리상 조건은 맞지만 정점 고도의 차이가 크다.

북한은 이번 도발로 자신들의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성능을 입증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사거리는 280~500㎞인데 이번 도발로 한 번은 짧게, 다른 한 번은 최대 사거리에 가깝게 실거리 사격을 한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번 단거리 미사일 도발이 모두 이스칸데르급이라면, 지난 4일 시험 발사에 이은 실사거리 사격으로 성능을 입증한 셈"이라고 했다. 미사일 발사 지역인 평북 구성에서 500㎞ 사거리 안에는 중부권 전역이 포함되고, DMZ(비무장지대) 인근에서 미사일을 쏠 경우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 전역과 주한 미군기지 전체가 타격권에 들어간다.

북한이 이번 도발로 한·미 양국 군이 가진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은 물론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요격을 피해 전·후방 한·미군 기지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은 수도권과 평택·오산기지 등을 북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개의 패트리엇 PAC-2·3 미사일 포대를 수도권과 오산·왜관기지 등에 배치해 놓고 있다.

하지만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은 낙하 속도가 마하 5~6(음속의 5~6배) 이하인 스커드(사거리 300~500㎞) 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을 뿐이다. 마하 10이 넘는 속도로 낙하하는 이스칸데르 공격을 막기는 어렵다.

한·미 양국은 부산·김해 등 유사시 대규모 미 증원군이 들어오는 후방 지역 항만·공항 등을 보호하기 위해 경북 성주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했다. 사드는 최대 마하 14~15로 떨어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유사시 북 노동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경우 최대 고도가 50㎞에 불과해 최저 요격 고도가 40㎞인 사드로 요격하기 어렵다.

주한미군은 최근 북 노동미사일의 평택·오산기지에 대한 공격에 대비해 사드 전개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 400㎞가 넘는 비행 거리를 기록해 북 후방 지역에서 사드·패트리엇 요격을 피해 수도권은 물론 평택·오산 기지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