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부장 3명·지법부장 7명 징계 청구
"기소 법관 징계 회부 시점 부적절" 지적도

성창호 부장판사.

드루킹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재판을 맡아 유죄 판결과 함께 김 지사를 법정구속했던 성창호 부장판사가 9일 대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징계를 청구한 현직 판사 10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의혹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근무하며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고등법원 부장판사 3명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등 현직 법관 10명에 대해 법관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했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과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등이 징계청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 부장판사와 함께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일했던 조의연 부장판사도 징계 청구 명단에 포함됐다고 한다. 대부분 지난 3월 재판업무 배제 조치가 내려진 이들이다. 특히 이민걸 전 실장은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소심 전략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등 품위 손상과 직무상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정직 6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 3월 현직 법관 8명을 재판에 넘겼다. 대법원은 이들 가운데 이미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시효가 지난 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은 모두 징계 대상에 포함했다. 법관징계법상 법관에게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를 청구할 수 없다. 대법원은 징계 시효가 남아있는 34명 가운데 비위 행위의 경중 등을 고려해 10명을 선별했다고 한다. 징계가 청구된 이들에게는 5일 내로 징계 청구 사실이 통보된다. 대법원 측은 "기소된 현직 법관 8명 전원에 대한 정직, 사법연구를 통한 재판업무 배제 상태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재판을 받고 있는 법관들을 징계위에 회부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유무죄 여부를 법정에서 가리겠다는 입장이고, 법관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파면된다"며 "기소된 법관들에 대해서는 형사 사건의 결론이 나온 뒤 징계를 청구해도 됐을 것"이라고 했다.

징계 처분이 확정될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법관 징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징계 처분은 징계청구서를 접수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징계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이는 강제규정이 아니라 훈시규정이다. 또 법관징계법에는 징계 사유에 대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형사 절차가 끝날 때까지 법관 징계위원회가 징계절차를 정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앞선 작년 징계 때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6월에 징계를 청구하고, 결과는 반년 뒤인 12월에 나왔다. 법관 징계위가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자"며 중간에 심의를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징계 청구 대상에는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현직 법관 5명도 포함돼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법관 징계위원회가 징계 대상자의 기소 여부로 나눠 '투 트랙'으로 심의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