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독일 유력지 슈피겔이 자국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은 2000년부터 태양광·풍력 전기를 시장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사주는 이른바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펴왔고 17기 원전을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하겠다는 탈원전을 채택했다. 슈피겔은 '독일의 망가진 프로젝트, 실패 조짐의 에너지 전환' 기사에서 "지난 5년간 신재생 보조에1600억유로(약 209조원)를 쏟아부었지만 원전의 공백을 석탄 발전이 메우면서 온실가스 감축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독일 온실가스 배출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크게 늘렸음에도 2009년 9억700만t에서 2016년 9억600만t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슈피겔은 북해 연안을 중심으로 3만개의 풍력 터빈을 설치했지만 지역의 반대로 7700㎞의 필요 송전선로 가운데 지금까지 950㎞가 설치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태양광·풍력 전기를 일시 저장하는 시스템 구축도 너무 늦어져 발전 시설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독일 밖에서는 독일 에너지 전환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2015년 파리기후회의 때의 기여로 '기후 총리'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세계의 환경 깡패' 소리를 들을 지경까지 됐다. 슈피겔은 "(독일 시민들 역시) 처음엔 에너지 전환에 대해 자국이 개척자라고 자랑스러워했지만 지금은 비싸고 혼란스럽고 불공평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환상적이었던 아이디어가 좌절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감사원도 작년 9월 보고서에서 "에너지 전환이 기업과 사회에 가한 엄청난 부담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독일의 2017년 가정용 전기요금은 ㎾h당 398원으로 EU 국가 중 가장 비쌌다. 풍력발전 위주인 덴마크(396원)가 2위였다. 독일 전기료는 지난 10년간 67% 폭등해 한국의 2.5배 이상 수준이다. 그런데도 국내 환경론자들은 독일 에너지 전환을 격찬하면서 본받아야 한다고 해왔다. 최근 정부는 탈원전 비판이 거세지자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으로 불러달라"고 하곤 했다. 독일은 그나마 EU 통합 전력망을 통해 주변 9국과 송전선이 연결돼 있다. 2016년 경우 전력 수입의 32%가 원전 국가 프랑스에서 온 것이었다. 자국의 전기가 모자랄 때는 프랑스의 원자력 전기를 가져다 쓴 것인데, 이게 무슨 탈원전인가. 그렇더라도 독일은 급하면 가져다 쓸 전력 공급원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도 되지만 전력 공급에 관한 한 고립된 섬이나 다름없는 한국이 탈원전을 추진한다니 무모하다는 말밖엔 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