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인공지능(AI)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AI 열풍의 출발점인 알파고와 딥젠고(일본) 퇴장 이후 후속 AI들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 새 판도를 형성 중이다. 지난주 중국 푸저우(福州)서 열린 보소프트컵(Bossoft·博思杯) 세계 AI 바둑대회서 준우승하고 돌아온 '바둑이(BADUKi)' 제작자 이주영(60) 고등과학원 교수를 만나봤다.

-2016년 알파고 등장 이후 한국 AI의 세계 대회 준우승은 처음이다.

"바둑이는 지난 1년 동안 2점 정도 강해졌다. 내심 우승까지 기대하며 자신감 속에 출전했는데 결승서 중국 '골락시(golaxy)'에 영패했다. 놀라움 반, 아쉬움 반의 심정이다."

―골락시가 그토록 강한가.

"작년 11월 버전 대비 올해 버전 승률이 95%라고 한다. 최근 3개 국제대회를 휩쓸었다. 현존 최강 AI로 꼽혀온 '줴이(絶藝)'는 지난 7월 이후 출전하지 않고 있다. 골락시에 비공식전서 2대6으로 패했고 그 뒤 출전을 망설인다는 설이 나돌더라."

지난주 중국 푸저우서 열린 보소프트컵(Bossoft·博思杯)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서 ‘바둑이’로 준우승을 차지한 이주영 교수가 상패와 상금 보드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전체 AI 판도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번 대회 하위 4팀 실력이 작년 우승 AI인 '펑황'보다 월등하다. 전체적으로 무섭게 향상됐다. 이제는 토끼와 거북이가 아닌 토끼와 토끼의 레이스 시대다. '알파고 제로' 알고리즘의 부족한 부문을 어느 AI가 먼저 채우느냐가 승부처다."

―바둑이의 급성장 비결은?

"SK그룹의 재정 지원과 고등과학원 자체 투자로 작년 10월 120개의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증설했다. 그 결과, 자체 대국 수가 하루 1000~2000판에서 5만 판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옵티마 엔진 개발로 최적화(optimization)를 추구한 것도 효과를 봤다."

―현존 AI의 서열을 매긴다면?

"줴이와 골락시를 일단 동급으로 본다. 다음 릴라제로, 바둑이, 엘프고 등이 대등한 수준이다. 같은 하드웨어 조건에선 바둑이가 엘프고에 90%, 릴라제로에겐 80%대 승률을 냈다. 일본의 AQZ도 경계 대상이다. 작년 중신증권배서 준우승한 AQ와 이번 푸저우 대회 준결승서 바둑이에게 패한 Raynz의 결합체인데, 글로비스가 GPU를 1000개나 지원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 여성 기사 4명이 골락시에 2점으로 전패해 충격을 안겼다.

"현재 AI와 인간 고수들 간의 치수는 2~3점 사이다. 프로가 바둑이에게 3점을 놓고 5집을 제하는, 즉 2.5점 치수 시험기를 7판 실시한 결과, 바둑이가 전승했다."

―프로기사 직업의 위축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체스에선 20년 전 벌어졌던 일인데 그랜드마스터들 폐업 소식은 못 들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따로 있다. 천지개벽의 현실을 인정하고 정면돌파 해야 한다. 인간 대 AI의 치수 고치기 등을 과감히 시도할 시점이다. 중국 톱스타 커제는 당당히 인공지능에 공개 석상에서 2점을 놓고 둔다."

―AI의 인간 상대 치수(置數·핸디캡) 한계는 몇 점일까.

"AI가 아무리 강해져도 4점까지는 못 접을 것으로 본다. 3점은 좀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할 것 같다."

―더 하고 싶은 말은.

"AI 수준이 국가 바둑 위상에 직결되는 시대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국력 차원에서 바둑 AI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카카오의 '오지고', 한게임의 '한돌' 등 국내 AI들과도 자주 어울려 함께 발전하고 싶다. 오는 8월 열릴 중신증권배에서 골락시에 설욕하는 게 당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