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파리기후협약대로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5%까지 줄이려면 원자력발전 비중을 25%는 유지해야 한다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밝혔다. 현재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14개국이 128개 원전을 운영 중인데 적어도 이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상식이다. 원전의 전력 생산량 ㎾h당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석탄·가스 등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작년 10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선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아래로 묶으려면 "원자력 에너지를 2030년까지 현재보다 59~106%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태양광·풍력을 늘려온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2000년 신재생 비중 6%를 2010년 17%, 현재는 35% 수준까지 올렸다. 그런데 크게 줄어야 할 에너지 분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1년 탈원전 선언 이후 전혀 줄지 않고 있다. 국제적 우려의 대상이다. 우리도 사정이 비슷해 작년 국정감사에서 '에너지 정책 합리화 교수협의회'는 2017년 원전 발전량이 줄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141만t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안팎 환경론자들은 평소 기후변화가 인류의 최대 위협이라고 해왔으면서도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빠르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인 원자력은 배척하고 있다. 말로는 환경을 살려야 한다고 하지만 태양광이 곳곳의 숲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미세 먼지 해결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선 한마디도 않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탈원전 주장이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원자력은 나쁜 것'이라는 교조적 도그마에서 나온 것이어서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는 일절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표 생태를 보호하는 환경 친화적 고속철 건설을 하려면 천성산 터널을 뚫어야 하는데도 도롱뇽 때문에 터널은 안 된다는 식의 모순적 사고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이런 환경주의자들보다 한술 더 뜨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