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희대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 대학 글로벌미래교육원(미래교육원) 학생이라고 밝힌 사람이 쓴 글이 화제가 됐다. 미래교육원은 평생교육기관으로 고졸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수능 시험을 안 쳐도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지난달 29일 미래교육원 재학생이라고 밝힌 학생은 "많은 경희대생이 저희에게 학교 과잠(학과 점퍼를 줄여 부르는 말)을 입지 말라고 비난하고 있다"며 "저희도 경희대 소속인데 수능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는 옷마저 차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미래교육원 일부 학생이 학교 로고가 들어간 점퍼를 만들어 입었다가 비판을 받았다는 취지다. 이 글에는 3일까지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같은 대학생 취급받으려는 것 짜증 난다"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스타벅스 정직원이라고 해도 되느냐" 등 글을 쓴 학생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 대학 일반대 재학생들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

경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미래교육원 출범 이후 줄곧 논란이 됐던 사안"이라며 "사태 정리를 위해 미래교육원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경희대생 최모(21)씨는 "과잠을 만들어 입더라도 미래교육원이라는 소속을 정확히 표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과잠은 최근 10여 년 사이 크게 유행했다. 과거 과티(학과 티셔츠)를 학교 행사 때만 입었다면 과잠은 대학생들이 통학할 때처럼 밖에서도 입는다. 학생회에서 대학 로고를 넣어 자체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대학의 공식 의류도 아닌데 학생들이 과잠에 민감해하는 것은 과잠을 통해 소속과 정체성을 표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은 자신이 소속된 대학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학벌 증명'인 셈이다.

과잠은 최근 몇 년 새 다른 대학에서도 문제가 됐다. 서울대 등에서는 소속 학과뿐만 아니라 출신고를 과잠에 표시한 경우가 나와 "지나친 패거리 문화"라는 비판이 있었다.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는 중고 과잠이 원가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창 시절부터 과한 경쟁을 하며 자라온 지금 대학생들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과시하고 남과 계급을 구분하며 안정을 얻는다"며 "과잠을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어낸 상징으로 여겨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