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2일 여야 4당이 선거법·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으로 상정한 것에 반발하며 청와대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어 서울역 앞 규탄대회를 시작으로 대전역, 대구역, 부산 서면에서 차례로 집회를 열며 '경부선 장외 투쟁'에 들어갔다. 이날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삭발 투쟁'을 하며 투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태흠 의원 등 5명 패스트트랙 항의 삭발 -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당직자 5명이 2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삭발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 성일종·김태흠·이장우·윤영석 의원.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이 악법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정상적인 국정 운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 담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곧바로 서울역으로 이동해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무능하고 양심 불량"이라며 "서울역에서 민생 수호, 반(反)독재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서울역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 '문 정권 경제 파탄·독재 연장 막아내자'라는 제목의 정책 홍보물을 나눠줬다. 황 대표는 서울역사에서 20·30대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이어 대전과 대구·부산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장소마다 지지자들이 태극기·성조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대전역에선 '충청 홀대 문재인 아웃(OUT)'이라는 플래카드를 든 지지자가 많았다.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황 대표는 "우리 자녀를 좌파 독재 치하에 살게 하고 싶으냐"고 했고, 나 원내대표는 "베네수엘라처럼 국민이 쓰레기통 뒤지고 아파도 병원에도 갈 수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게 패스트트랙"이라고 했다. 당 추산 5000여명이 모인 대구 집회에서 '문재인 탄핵'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부산 서면 영광도서 앞엔 가장 많은 1만여명이 몰렸다. 황 대표가 "국민은 먹고살기 힘들어 죽어가고 있다" "경제 망가뜨리는 좌파 독재" 등 현 정부 '경제 실정'을 비판할 때 환호가 가장 컸다. 황 대표가 연설 말미에 "이 정부가 저를 탄압하고 있다. 제 몸이 부서지고, 제가 죽음에 이른다 할지라도 이 자유 대한민국 지키는 그 길의 선봉에 서겠다"고 하자 박수가 터졌다. 'PK(부산·경남) 민심'은 내년 4월 총선의 척도로 꼽힌다.

국회에선 '삭발 투쟁'도 진행됐다. 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인 김태흠 의원과 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삭발식을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의회민주주의 폭거에 삭발 투쟁으로 항의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3일 호남선을 타고 광주·전주를 거쳐 상경한 뒤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이어간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는 오는 10일부터 도보로 '민심 국토 대장정'에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