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사진〉 검찰총장은 1일 최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여당의 수사권 조정안(案)에 대해 공개 반대한 것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검찰총장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문 총장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이다. 그런데도 이날 대검 대변인을 통해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런 입장을 냈다. 검찰 관계자들은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검찰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국회의 패스트트랙 안건은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그리고 수사권 조정 등 세 가지다. 이 중 문 총장이 문제 삼은 것은 수사권 조정 문제다. 검찰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선 "굳이 반대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에 1차적 수사 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경찰 자체적으로 수사를 시작해 종결할 수 있고, 검찰은 원칙적으로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11만8000여명의 인력을 갖춘 경찰은 통제받지 않는 '공룡 경찰'이 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문 총장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형사 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며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검경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反)한다"고 했다. 이어 "(수사권 조정안은) 특정한 기관(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올바른 형사 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 총장이 언급한 '국가 정보권 독점'은 '정보 경찰' 문제를 말한 것이다. 정보 경찰 인력은 3000여명으로 전체 검사 수(2100여명)보다 많다. 정보 경찰은 사회 모든 분야 정보를 취합한다. 이 정보가 경찰의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과 합쳐지면 견제가 어려운 권력기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은 그동안 정보 경찰 폐지를 주장해 왔는데 수사권 조정 법안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그동안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소외돼 왔다"며 "앞으로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선 문 총장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오는 9일 귀국 예정이던 문 총장은 일정을 당겨 4일 귀국하기로 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이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