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사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8일(현지 시각) 북·러 정상회담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안한 6자 회담에 대해 "과거에 실패한 방식"이라며 거부했다. 또 중국·러시아에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보조를 맞출 것을 주문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러시아 등을 통해 제재를 우회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겨냥해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일괄 타결하는 '빅딜' 이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볼턴 "6자 회담식 접근, 과거에 실패"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6자 회담 방식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김정은과 일대일 협상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과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찾고 있다"며 "6자 회담식 접근은 과거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미국과 일대일 접촉을 원했다"며 "우리가 (6자 회담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직후 북한의 체제 보장을 거론하며 "(비핵화를 위해) 6자 회담 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6자 회담이 재가동되면 중국·러시아가 북한 요구대로 단계적 해법을 공동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푸틴 대통령의 6자 회담 제안에 대해 김정은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도 한·미와 마찬가지로 6자 회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라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과 일대일로 붙어서는 승산이 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 전향적으로 6자 회담을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한·미는 이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다만 "그렇다고 우리가 (다른 나라와) 상의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아주 긴밀하게 (상의)했다. 우리는 러시아, 중국 그리고 확실히 한국과 상의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몇 주 전에 (미국에) 다녀갔다"고 말했다.

◇中·러에 "제재 우회로 열어선 안 돼"

볼턴 보좌관은 "러시아와 중국이 (대북)제재 이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들은 최근 몇달간 꽤 잘해 왔지만 더 엄격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다 철저한 대북 제재 이행을 압박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와 북·러 경협 이슈들이 논의된 사실을 공개하는 등 제재 우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볼턴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은 늘 러시아의 이익만 생각한다"며 "푸틴은 한국과 러시아의 철도 연결 가능성을 보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푸틴이 6자 회담을 꺼내 대북 제재 완화를 두둔하는 것은 러시아와의 철도 연결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란 취지다. 남·북·러 경제 협력에서 철도는 가스·전력과 함께 3대 '메가 프로젝트'로 꼽힌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남·북·러 철도·가스·전력 사업들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러시아는 남·북·러 협력에 기대가 크고, 문재인 정부 들어 실현되리라는 기대가 컸는데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 회담은 극동 경제 개발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남·북·러 삼각 협력에 불을 붙이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뜻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북·러 회담 당시 러시아 측에서는 예브게니 디트리흐 교통부 장관 등 철도 사업 관련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단계적 접근을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엔 "과거 정책을 보면 답은 '아니요'다. 단계적 접근을 취했던 과거 정책들은 모두 실패했다"며 "지난 25년간 김정은이나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은 제재 완화를 얻고 경제적 안정을 얻으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