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자마자 "내 친구"라고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도 "당신은 내 친구"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난 26~2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트럼프·아베 시대의 한 차원 높아진 미·일 동맹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난 11일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2분 독대'를 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약 40분간 아베 총리와 독대한 뒤 27일에는 4시간 반 가까이 골프를 쳤다. 두 사람이 단독 회담과 골프로 보낸 시간은 5시간이 넘는다. 부부가 만찬을 가진 시간까지 포함하면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은 7시간에 달했다.

◇4·5·6월 릴레이로 만나는 미·일 정상

트럼프와 아베는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26일은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만 49세 생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단독 회담을 갖기 전 기자들 앞에서 "멜라니아에게 '아베 총리 부부가 참석해도 될까'라고 물으니 멜라니아가 '그들보다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또 정상회담 때 아베 총리가 화장실을 찾자 트럼프 대통령이 "신조는 특별하니까"라고 말하며 평소 자신이 사용하는 화장실로 안내하는 '특별 대우'를 해줬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美日관계는 엄지 척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인근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나란히 서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전날 정상회담을 한 두 정상은 이날 4시간 반 가까이 골프를 쳤다. 트럼프는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아베 총리와 훌륭한 날을 보냈다”고 했다. 두 사람의 골프 회동은 이번이 네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5~28일 일본 국빈 방문에 대한 기대도 적극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6월 28~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기 때문에 굳이 5월 일본을 방문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두 달 연속으로 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새 일왕 즉위 행사 초청을 받았을 때 아베 총리에게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한 뒤 '그 행사(일왕 즉위)는 일본인에게 (미국의) 수퍼볼과 비교하면 얼마나 크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100배는 크다"고 하자 "그렇다면 가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5월 방문에서 아베와 함께 도쿄에서 열리는 스모 결승전도 관람할 계획이라며 "우리(미국)는 스모 우승자에게 줄 트로피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북한 문제부터 군사 기밀까지 밀착

미·일 정상 간 밀월은 양국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그 어떤 동맹보다 확고한 결속을 맺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정상회담 후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 성사에 전면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아베 총리와 일본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돕기 위해 최신예 F-35 스텔스 전투기의 설계 기밀을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이 정보는 미국이 F-35를 함께 개발한 영국 등 8개국의 공동 개발국에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은 F-35 개발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또 지난 19일 열린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일본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미·일 안보조약 5조의 무력 공격을 구성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사이버 공격을 받을 경우 무력 공격으로 간주하고 미국이 공동 반격에 나선다는 것이다.

특히 산케이신문은 27일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최종심에서 일본의 패배와 관련한 후속 조치에서 미국이 일본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무역 문제 놓고는 신경전

그러나 무역 부문에선 두 사람 간 신경전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미·일 무역 협상에 대해 "내가 (5월에) 일본을 방문할 때 아마 거기서 서명할 것"이라며 "(일본이 부과하는) 농산물 관세를 없애고 싶다"고 압박했다. 아사히신문은 그 순간 아베 총리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보도했다. 기자들이 물러난 뒤 아베는 트럼프에게 "5월 말 합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BC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기술'을 알지만, '아첨의 기술'에 관한 한 아베 총리가 한 수 위"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아베 총리가 친밀한 개인 관계 덕분에 (무역 협상에서) 뭘 얻어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베 총리의 방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에고(자아)를 달래고 노여움을 방지하기 위해 이뤄진 시도 가운데 가장 최근 사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