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 30분 먼저 회담장 도착해 김정은 기다려
확대정상회담 러측 수행원 9명 배석, 북측은 통역 포함 3명 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극동연방대 빌딩 S에 들어서고 있다. 김정은의 구겨진 상의 재킷이 눈에 들어온다. 푸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이동을 하는 동안 김정은의 상의 재킷을 고쳐주는 북측 수행원은 아무도 없었다.

25일 오후 2시 5분(현지시각, 한국시각 오후 1시 5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전용 벤츠가 정상회담장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빌딩 S' 앞에 들어섰다. 김정은의 경호를 책임지는 김철규 북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이 전용차 뒷좌석 문 앞에서 섰다. 차 문이 '덜컥' 하자, 김철규는 김정은이 내리기 쉽게 차량문을 활짝 열었다.

차에서 내린 김정은은 특유의 ‘팔(八)자’ 걸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걸어갔다. 김정은의 인민복 상의 재킷이 구겨져 엉덩이 위로 접힌 상태였지만 정돈해주는 북측 수행원은 아무도 없었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몸에 손대는 것은 금기다. 그동안 이런 역할은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도맡아 했다. 그런데 이날 김여정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 외교무대에서 상습적으로 지각해 '지각대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보다 30분 일찍 정상회담장에 도착해 김정은을 기다렸다. 이날 정상회담 시작 시간은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았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회담이 오후 1~2시쯤 시작될 것이라고만 발표했다.

두 정상은 수행원들과도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한 뒤,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해 단독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만날 수 있게 돼 반갑다"면서 "(김정은에게)국무위원장으로 다시 선출된 것에 대해 축하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북한)이 현재 하고 있는 발전해가는 북·남 대화를 지지한다"면서 "또한 조선은 현재 조·미 관계를 정화하는 데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노력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에 김정은은 "푸틴 대통령이 초청해주고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성의를 보여준 데, 특히 모스크바에서 수천km 떨어진 여기까지 와서 만나주신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어 "전세계 초점이 조선반도 문제에 집중돼 있다"면서 "같이 조선반도 정세를 평가하고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고 앞으로 공동으로 조정 연구해 나가는데서 아주 의미있는 대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나서는 김정은의 표정에는 피로감이 비쳤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미소와 제스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것과 대비됐다. 김정은은 발언을 하는 내내 숨을 거칠게 쉬었다. 얼굴빛도 검붉은 색을 띄는 등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양 정상은 이날 6분여간의 공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비공개 단독회담에 들어갔다. 두 정상의 단독회담은 1시간 가량 진행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확대정상회담장. 러시아측엔 10개의 의자가 배치된 반면, 북측엔 4개의 의자만 준비됐다.

단독회담에 이어 곧바로 확대정상회담이 진행됐다. 러시아측에선 통역을 포함해 9명이 배석한 반면, 북측에선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통역 등 3명만 배석했다. 김정은의 집사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확대정상회담장에 들어왔지만 그를 위한 의자는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북측이 배석자를 최소화한 것을 두고 김정은이 러시아측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을 최대한 알리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1대1 단독회담에서 조선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조선반도 정세가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기 위해선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정은은 "훌륭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찾아와 주신데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