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모든 것이 순리대로 되돌아간다. 오늘 개봉하는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감독 앤서니 루소·조 루소)은 2012년부터 7년 동안 이어달린 '어벤져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자 우주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들의 기나긴 서사를 통합하는 최종회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세 편의 '어벤져스' 시리즈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국내 관객만 무려 2870만명. 작년 4월 개봉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11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번 '어벤져스:엔드게임' 역시 관객 1000만명을 가뿐하게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23일 오후 1시에 이미 사전 예매 200만장을 돌파했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아이맥스' 같은 일부 특별관 좌석을 4만~11만원에 되파는 '암표 거래'까지 이뤄져 논란을 빚었다.

지구의 절반을 파멸한 악당 타노스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어벤져스 군단은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전투를 벌인다. 왼쪽부터 호크 아이,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캡틴 마블, 토르.

23일 언론 시사를 통해 공개된 '어벤져스:엔드게임'은 마블 영화 팬들의 극성 섞인 기대를 뛰어넘고도 남았다. 악당 타노스(조시 브롤린)가 세상의 모든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우주를 멸망시킨 뒤, 절망에 빠져 허우적댔던 수퍼 히어로들이 하나둘 모인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은 타노스가 강탈해간 인피니티 스톤을 되찾을 방법을 모색한다.

기존의 '어벤져스' 시리즈는 21편의 마블 스튜디오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은 이들에겐 사실 불친절한 작품이었다. 너무 많은 영웅이 등장하는 데다, 그들 각자의 사연을 설명하지 않고 이어붙인 탓이다.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벤져스' 시리즈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버거울 수 있었다.

그러나 4편 '엔드게임'은 기존 시리즈를 독파하지 않은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완성됐다. 시간을 여행하는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설정이 '어벤져스' 히어로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들은 부딪히고 끌어안으며 절묘한 웃음과 화학작용을 빚어낸다. 과거로 돌아간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가 그 옛날 자신과 우연히 만나 방패를 부딪치며 싸우는 장면이 대표적.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옛날로 돌아가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뉴 걸'로 불리는 캡틴 마블(브리 라슨)을 비롯, 블랙 위도(스칼릿 조핸슨)·오코예(다나이 구리라)·완다 마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 등의 여성 히어로가 보여주는 '한 방'도 호쾌하다.

시각적 쾌감의 극한을 구현해 온 시리즈답게 '엔드게임'의 대규모 우주 전쟁 역시 넘실대는 화염, 솟구치는 물보라로 관객을 덮친다. '마블 영화엔 서사는 없고 비주얼만 있다'는 세간의 오해까지 삼키고 싶었던 걸까. '엔드게임'은 과거 '어벤져스'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다. 몇몇 영웅은 우리와 작별하게 되고, 관객은 새 영웅을 맞는다. 그러나 헤어질 때나 만날 때 모두 '안녕'이라고 인사하듯, '엔드게임'은 끝이 아님을 예고한다. '엔드게임'은 그래서 어쩌면 마블 역사의 새로운 '비기닝(시작)'이다. 전 세계 최초로 한국과 중국에서 개봉하고, 북미에선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