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버그 前 美국무부 부장관 '아산플래넘 2019' 기조연설 나서
"비핵화 과정 광범위한 사찰·검증 필요"
"비핵화-남북관계 개선 분리 생각하면 안돼…'스냅백'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前)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3일 "남북관계 개선이 핵문제를 전부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아산플래넘 2019'에서 "북한과 어떤 합의를 하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남북 간 긴장 완화가 중요하지만, 한미 간 안보관계가 이 지역에서의 안정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이를 유지하려면 (한미 양국간) 군사적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북한의 속내에 대해 "북한은 상대방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받고, 자신들은 최소한의 양보를 하려고 한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 과정에서의 광범위한 사찰과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단계별 진행에 따라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기까지 쪼개서 검증을 해야한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에 대해선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원샷 폐기하겠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영변에서 농축한 플루토늄을 옮겼다는 분석이 나온다"면서 "일부 특정시설의 폐기가 아닌 단계에 따라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이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한미동맹을 약화시켜 자신들의 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면서 "비핵화 문제를 남북관계 개선과 같은 정치적 문제와 분리(decoupling)해서 접근해선 안된다"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해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가 비핵화 진전이 없을 경우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Snapback) 방식에 대해 그는 "제재를 풀었다가 다시 제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의 외교 당국자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이러한 비난은 실질적인 위협이 아닌 레토릭에 불과하다"면서 "북한의 외교적 수사(레토릭)를 들을 때마다 그들의 상상력에 놀라게 된다. 실소가 나온다"고 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한·미·일 3각 공조를 위해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한·일 관계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에 큰 슬픔을 느낀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함께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에 긴장이 생기고 있는데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중요하다"고도 했다. "한국이 계란을 중국이란 바구니에만 담으면 한국이 어려워졌을 때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은 중국이 경제적 보복·협박·위협을 가할 경우 그에 대한 저항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