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에 포착된 北 스텔스 고속정 - 지난 2018년 7월 북한 청진항에서 민간 위성에 포착된 파도 관통형 고속정(VSV)의 모습.

북한이 지난 17일 사격 실험한 신형 전술 유도무기가 북한의 이른바 '스텔스형 고속정'에 장착돼 해안 공격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최근 '파도 관통형 고속정(VSV)'을 대량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VSV는 스텔스 형상을 하고 있어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최근 북한 청진항에 2척의 VSV가 꾸준히 관측되고 있는데, 서해에 이어 동해에서도 VSV가 실전 배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작년에 북한은 김정은이 청진항의 VSV를 직접 참관할 만큼 관심을 기울였고, 이 함정에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은 이 함정을 개발해 지난 2015년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기지에 배치했다. 이후 꾸준히 함정을 개량하며 생산도 늘려 왔다고 한다. VSV는 최고 속도가 시속 90㎞로 우리 해군 고속정(70㎞)보다 빠르고 스텔스 기능이 있어 경계 대상이었다. 다만 속도와 은밀성에 비해 화력이 약한 것이 단점이었다. 하지만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장착하게 되면 이런 단점이 보완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스파이크급 신형 미사일이 VSV에 탑재된다면 빠른 속도로 은밀하게 연안을 침투해 우리 함정을 공격하고 철수하는 '치고 빠지기(hit and run)'식 게릴라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며 "신형 미사일로 화력과 정밀성까지 담보되면 우리 군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는 19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에서 사격 실험한 신형 전술 유도무기가 '지상 전투용 유도무기'라고 평가했다. 합참 관계자는 "지상 전투용 유도무기로 평가하고 있고, 탄도미사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군에서는 "이스라엘 스파이크 미사일과 비슷한 단거리 전술 유도미사일을 개발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사거리 20~30㎞의 스파이크 미사일은 원래 대전차 미사일로 개발된 지상 전투용 유도무기다. 하지만 이 미사일은 차량뿐 아니라 함정·헬리콥터에도 장착돼 다양한 지상과 해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군은 북한의 신형 전술 유도무기가 핵·미사일 이후 북한군이 주력하고 있는 '재래식 전력 현대화'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스파이크급 신형 전술 유도무기가 본격적으로 전력화되면 북한군은 이 미사일을 장갑차에 장착해 대전차용으로 사용하거나 헬리콥터에 장착해 벙커 등 각종 지상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9월 열병식에도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장착한 듯한 장갑차가 대거 등장했다. 당시에도 군 안팎에서는 "스파이크 수준의 미사일 탑재가 임박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원산서 자력갱생 결의대회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8일 보도한 강원도 결의대회 광경. 북한 강원도는 이날 원산시 해안광장에서 김정은 집권 2기 핵심 구호인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북한은 그동안 제대로 된 전술 유도무기를 보유하지 못했다. 대전차 미사일 '불새' 정도가 유일한 유도무기였는데, 사거리 3㎞ 수준이고 대부분 유선(有線)으로 조정하기 때문에 큰 위협은 아니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북한이 신형 전술 유도무기 개발에 성공해 실전 배치한다면 육상과 해상 전역에서 우리 군은 북한군의 정밀 타격 위협을 받게 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어떤 무기 체계이든 온갖 곳에 응용을 해왔다"며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가 상상 가능한 모든 탑재 수단에 이를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