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문형배 임명으로 '위헌 정족수' 6명 확보
정치적 편향성 더 심화될 듯…"대통령 코드 인사"
독일·미국 등에선 임명방식 등으로 좌우균형 유지

이미선 헌법재판관과 문형배 헌법재판관.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재가하자,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이념 편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만에 친 정부 성향의 재판관이 6명으로 늘어 위헌 결정 정족수를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은 헌재 소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이다.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각각 지명해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는 정치적 편향성을 막고 서로 견제해 균형을 지키라고 만들어진 구조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임기 6년을 끝마친 재판관 8명이 바뀌었고, 이중 6명이 친 정부 성향으로 임명된 것이다.

헌재 소장은 재판관 중에 임명되는데, 작년 9월 문 대통령이 지명했던 유남석 재판관이 소장으로 취임했다.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명을 통해 임명됐고, 김기영 재판관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명한 인물이다. 여기에 이날 이미숙·문형배 재판관까지 임명됐다. 이밖에 이종석 재판관은 자유한국당, 이영진 재판관은 바른미래당, 전(前) 정권 당시 취임한 이선애 재판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법조계에 안팎에서는 헌재의 무게추가 한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것을 우려한다. 유 소장은 과거 법원내 진보성향 판사들의 학술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다. 문형배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이미선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의 후신(後身)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창립 멤버다. 김기영 재판관 역시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이석태 재판관은 진보 성향 변호사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다.

헌법재판은 재판관 9명 중 6명이 위헌 정족수다. 진보 성향 재판관들이 수적 우위를 점해 헌재 결정이 요동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임명하는 건 대통령 재량이지만 '헌법적 가치 판단'을 신중하게 따져봤으면 한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통령이 자기와 같이 일할 장관을 뽑는 게 아니라 독립된 사법부의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강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인사 원칙과 기준을 비춰봤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등 4명은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절차 없이 대통령이 밀어붙여 임명됐다. 헌법학자 등 전문가들은 "국민 기본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헌법 재판관의 임명 절차에 '흠집'이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한다. 헌재 결정의 신뢰도나 헌재의 위상이 문제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헌재 내부에서도 '이미선 재판관은 좀 약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이런 헌재 구성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면서 "국가보안법과 사형제, 동성애 등 쟁점 법안들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입맛대로 고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지방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대법원장과 여당 몫을 포함하면 '대통령 코드인사'가 가능한 사람이 7~8명에 달한다"며 "이러면 헌재는 정치적인 조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관이 12년 단임 체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주 의회가 선출한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느냐 등의 문제는 끼어들 여지가 없도록 돼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하지만 임기가 6년인 우리와 달리 '종신직(終身職)'이다. 때문에 대통령이 임기 중 지명하는 연방대법관은 1~2명에 불과하다. 특히 청문회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명확하게 밝힌다. 이후 치열한 토론을 거쳐서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고문현 교수는 "이미선 재판관의 경우를 보면, 낙태죄 등 중요한 헌법 정책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주식은 '남편이 했다'고 한다"며 "논쟁을 피할 것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입각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임명 강행은)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고 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청문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없고,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도 임명할 수 있는 현행 방식으로는 이런 논란과 문제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