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벨기에 국왕 방한 만찬때 전경련 회장 초대하자
文대통령 "전경련이 왜 여기왔나"

외교부는 성 비위와 함께 끊이지 않는 의전 사고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부각된 사례 중 일부는 '단순 실수'이지만,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우려해야 할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말 벨기에 국왕 방한 행사 때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각각 다른 건으로 외교부의 실수를 지적해 비상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는 전경련 회장이 참석했다. 현 정부 들어 '적폐'로 찍힌 전경련이 처음으로 청와대 초청을 받자 '이제 불편했던 관계가 끝나는 거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전경련 초청은 일종의 '사고'였다. 외교부 실무진이 초청 리스트에 전경련을 포함시켰는데, 이 담당자는 청와대와 전경련의 민감한 관계를 잘 몰랐다고 한다. 전경련이 한-벨기에 비즈니스포럼 공동 주최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포함시켰고, 청와대 의전팀에서도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전에 이를 보고받지 못했던 문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참모들에게 "어떻게 전경련이 여기 와 있냐"며 불쾌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기업과의 소통은 경총 등을 통해 충분히 하고 있다"고 굳이 강조한 것은 이런 문 대통령의 심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외교부 당국자가 청와대로부터 경위 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과 벨기에 필리프 국왕이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모습.

김정숙 여사는 '선물' 문제로 외교부를 질책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벨기에 왕비에게 줄 선물로 어린 공주·왕자들의 한복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외교부가 보낸 벨기에 국왕 가족 자료를 바탕으로 한복을 마련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자료는 4~5년 전 것으로 나이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준비한 한복은 벨기에 왕자·공주가 도저히 입을 수 없을 정도로 사이즈가 작았다고 한다.

또 지난달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때는 외교부 직원이 산책을 하다 자료를 흘렸고, 이를 중국 공안이 발견해 돌려준 일도 있었다. 이 자료는 총리 일정과 관련된 대외비 자료였다고 한다.

외교부는 사고가 잇따르자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업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했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쉴 때 쉬어야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고위 간부들 상당수는 '아무래도 분위기가 느슨해지면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답했다. 한 당국자는 "장관도 둘 사이에 접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놓고 직원들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