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16일(현지 시각)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검은 잔해가 쌓여 있다.

프랑스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하루 만에 '재건(再建) 모드'로 전환했다. 자국 역사·문화의 정수가 무너졌다는 비통함을 빨리 털고 미래로 가자는 메시지가 온 나라에 퍼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TV 연설에서 "노트르담을 이전보다 더 아름답게(Plus belle encore) 지을 것"이라며 "5년 후인 2024년 파리 올림픽 전까지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해 각 정당은 정쟁을 중단했다. 뉴욕타임스는 "마크롱이 '슬픔을 희망으로 바꾸자'며 국가 통합 프로젝트를 제시한 덕"이라고 했다. 프랑스 부호들은 물론 애플 등 글로벌 기업, 시민들이 모은 재건 성금이 17일 1조원을 넘어섰다. 영국·독일·이탈리아·브라질 등이 복원 기술과 인력을 제공키로 했고, 적성국인 러시아·이란도 지원 뜻을 밝혔다. 에어프랑스는 해외 인력에게 무료 항공권을 주기로 했다. 세계문화유산이란 명성에 걸맞게 노트르담의 재건 또한 국경과 시대를 뛰어넘는 '인류 대역사'가 될 전망이다.

◇장미창·대리석 멀쩡해 보여도 내상

마크롱의 '5년' 장담과 달리 전문가들은 복구 기간을 최소 10~15년, 40년까지도 잡는다. 일단 성당의 내상(內傷)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 외관상 목제 지붕과 첨탑 정도만 무너졌지만, 이를 떠받친 석회암 재질 내·외벽도 섭씨 800도 이상의 고열과 고압 진화 용수를 맞아 취약한 상태다.

이코노미스트는 고미술사가·건축가 등을 인용, "석회암·대리석은 250도에 변색되고, 600도부턴 화학적 변형이 시작된다"며 "이 상태서 고압 냉수로 급속 냉각되면 금이 가고 쩍쩍 갈라질 수 있다"고 했다. 직접 불길이 닿지 않은 '장미창' 스테인드글라스 3개도 고열과 유독가스로 유리에 균열이 가거나 이음새 납땜이 일부 녹았다고 한다.

◇훼손된 잔해 수습에만 수년

유물도 마찬가지다. 당국은 예수 가시면류관, 루이 9세의 튜닉(상의) 등을 포함해 "80~90%는 건졌다"고 했다. 그러나 15세기 파이프오르간과 피에타상, 대형 회화 등은 미처 빼내지 못해 고열과 그을음에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파이프오르간은 물에 약한 악기인 데다, 향후 천장·외벽 보수 시 예전의 공명과 음질을 잃을 우려가 있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발생한 지 사흘째가 되는 17일(현지 시각) 불에 타 사라진 성당 지붕 근처에 크레인이 자재를 들어 옮기고 있다(위 사진). 전날인 16일 프랑스 청년들은 노트르담을 애도하기 위해 성당 주변에 모여 성모 마리아상을 앞에 둔 채 밤을 지새웠다(아래 사진). 노트르담은 ‘우리의 귀부인’이라는 뜻으로, 성모 마리아를 지칭한다.

복구 과정은 지난하다. CNN·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성당을 비바람에서 보호할 장막을 설치하고 추가 붕괴 대비책부터 세워야 한다. 이어 엑스선 촬영과 수작업으로 구석구석의 훼손 정도와 복구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후 고고학자들을 대거 투입, 고대 유물 발굴하듯 성당 바닥에 떨어진 잔해들을 세심히 수거해야 한다. 이 거대한 퍼즐 맞추기가 끝나야 본격적인 재건을 구상할 수 있다.

◇중세기 '단단한 참나무'가 없다

전소된 지붕은 복구가 까다로울 전망이다. 지붕을 떠받쳤던 빽빽한 목재 구조물 '숲(forest)'은 12세기 유럽 각국서 작은 참나무 1만3000여 그루를 동원한 것이다. 비슷하게 재현하려면 최소 3000그루가 필요한데, 재고가 부족하다. 재질도 1000년 전과 다르다. 사학자들에 따르면 원래 참나무는 '소(小)빙하기'로 불린 중세 초기인 9~10세기부터 자란 나무들이다. 추운 원시림에서 수백년간 천천히 자연 생장한 만큼 키는 작지만 아주 단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온난화 영향에다 인공조림으로 목재를 빨리 생산, 크지만 무르다. 내·외벽 보수도 쉽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섣불리 새 대리석 등을 덧댈 경우, 여러 부속을 정교하게 맞물려 올린 고딕 건축 특성상 건물 전체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중세 보존이냐 과감한 현대화냐

방재를 위해 섣불리 소재만 바꾸거나 방화벽·스프링클러 등을 달면 고딕 성당 고유의 기능과 아름다움을 해칠 수 있다. 애초 고딕 건축은 신(神)에게 다가가려 높고 장엄하게 지으면서, 화재 시 목재 지붕은 불타 날아가고 불길을 석조 건물 안에 가둬 서서히 꺼지게 고안됐다. "중세의 첨단 방재 기술이지만 발화 요인이 많고 인구가 밀집된 현대엔 맞지 않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고고학자 조너선 포일은 "현재 노트르담도 중세의 화석이 아니라, 기술과 미학이 계속 더해진 것"이라며 "루브르 박물관이나 에펠탑 같은 현대적 디자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