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 적폐 청산의 '제1 타깃'이 된 기관이다. '보훈처 적폐 1호'로 지목된 박승춘 전 처장이 곧바로 교체되고 '청산 작업'이 본격화됐다. 사회주의 계열 인사들을 서훈 대상에 포함하는 등 '코드 보훈' 작업도 그와 맞물려 돌아갔다. 현재 보훈처에는 캠코더(대선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 6명이 국장급 이상으로 활동 중이다.

작년 하반기 보훈처에는 경찰 5명이 상주했다. 보훈처 적폐 청산을 담당한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 산하 '재발방지위원회'에 파견된 인원이었다. 명목상으로는 이 경찰들에게 조사 역할이 맡겨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보훈처 직원들을 수시로 불러서 조사했다. 보훈처 내부에서는 "군사정권 같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에 앞서 보훈처에는 '따뜻한 보훈 TF'라는 위원회도 설치됐는데 이때 현 정권식 보훈처 개혁의 초안이 마련됐다. 이후 출범한 보훈혁신위원회에서는 "개혁을 위한 작업"이라며 각종 세부 사안들을 실행했다. 재발방지위원회를 만들어 5·18이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별 사진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 정권 들어 보훈처 국장 이상급 25%(산하기관 제외)는 캠코더(대선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가 장악했고, 코드에 맞춘 정책을 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훈처는 이런 '적폐 청산'용 위원회 활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회 일각의 의견으로 보고 있다"고 해왔다. 하지만 내부 증언은 다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 번 열렸던 보훈혁신위 회의는 국장급들이 서울로 총출동하는 날이었다"고 했다. 위원회가 서울 용산의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열리는 통에 세종시 본청에 있던 국장급들이 대거 서울로 갔다는 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혁신위에서 추진하라는 일에 대해 보훈처 국장들이 이런저런 현실적인 사정을 예로 들어 거부하면 '그러면 그렇게 되도록 청와대에 얘기하면 되느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위원회의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들이 시민사회수석실의 특정 인사를 거론하며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기조하에 보훈처는 '독립·호국·민주' 3개의 축으로 돌아가던 보훈 개념에서 '호국'을 축소하고 '민주'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보훈혁신위는 권고안을 통해 "보훈 개념은 '군인 보훈'에 가깝다"며 "보훈 개념의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김원봉에 대한 서훈도 권고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이를 두고 "보훈 농단"이라고 했지만 보훈처는 이 계획을 계속 진행해 나가고 있다.

청와대의 입김은 인사에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는 명목상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실 소속이지만 인사는 균형인사비서관실에서 개입했다.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과 김옥이 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등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보훈처로부터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일부는 "사퇴는 청와대의 의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우리는 사퇴하지 말라고 오히려 말렸다"고 해명했다.

한편 '캠코더' 국장급 6명 중 4명은 민주당 대선 캠프 출신으로 지방보훈청장이나 산하기관 이사직 등을 맡고 있다. 당과 시민단체 출신도 보훈처 국장급 자리에 왔다. 이들 캠코더 중 5명은 보훈처 본부 소속인데, 20명의 국장급 이상 인사(산하기관 제외) 중 25%가 캠코더 인사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기관 중에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노골적으로 캠코더 인사가 와 있는 곳도 드문 것 같다"고 했다.

보훈처는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종료된 보훈혁신위·재발방지위의 뒤를 잇는 새로운 위원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욱 의원은 "보훈처가 이번에는 정책자문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위원회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며 "50% 이상의 인사가 기존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