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47)가 11일(현지시각)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그동안 어산지를 보호해온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이 보호를 철회한 데 따른 것이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런던 경찰은 어산지를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에콰도르 대사관이 어산지에 대한 보호 조처를 철회하고 영국 경찰의 대사관 진입을 허용함에 따라 어산지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했다.

2019년 4월 11일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런던 경찰에 체포된 후 경찰 차량에서 기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 올리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에 대한 보호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 어산지가 반복적으로 국제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산지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어산지가 대사관에서 여러차례 국제규정을 어겼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지난해 영국 내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카탈루냐 분리 독립과 같은 민감한 이슈들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는 개인 계좌 및 전화를 해킹하거나 에콰도르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국가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에콰도르의 망명 규정 위반이란 것이다.

에콰도르는 2012년부터 약 7년간 어산지 신병을 보호해왔다. 당시 어산지가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후 영국 대법원으로부터 송환될 처지에 놓이자 에콰도르 정부가 어산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2017년 친미 성향의 모레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어산지와 에콰도르의 사이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호주 국적의 어산지는 2010년 미국이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민간인과 기자들을 살해했다는 등 미 정부에 불리한 기밀을 공개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미국의 1급 수배대상에 오르며 쫓기는 신세가 됐다. 모레노 대통령의 친미적 태도가 탐탁치 않았던 어산지는 모레노 일가의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이번 체포로 어산지의 미국 송환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모레노 대통령은 어산지를 영국 경찰에 넘기면서 "국제법에 따라 어산지를 사형이나 고문을 받을 수 있는 국가로 송환하지 말 것을 영국에 요청했고, 영국 정부가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경찰은 어산지를 체포하며 "우리는 미국 정부를 대신해 그를 체포했다"고 밝혀 어산지의 미국 인도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