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77·버몬트·무소속·사진) 상원의원이 사회주의 이념을 전파하면서 수백만달러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샌더스는 자본주의와 빈부격차를 비판해온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샌더스 의원이 인터뷰에서 자신이 '부자'로 알려진 데 대해 "백만장자가 맞는다"면서 "책이 잘 팔려서다. 기자 양반도 베스트셀러 책을 쓰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억만장자는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투자한 것도 아니고…. 내 자산 내역을 보면 따분해질 것"이라고 했다.

샌더스는 2015년 의원 재산공개 당시 부부 자산이 75만달러(약 8억5000만원) 이하였으나, 이듬해부터 연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씩 벌어들여 현재 총자산이 3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연봉 17만달러와 연금 3만달러 등을 받는 것을 제외하고 출판 인세·저작권료만 연 80만~9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샌더스는 버몬트와 워싱턴 DC에 별장 등 단독주택 3채를 사들였으며, 아내 명의로 25개 펀드에 수천~수만달러씩 분산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샌더스는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낙선한 후 '우리의 혁명'(2016), '샌더스의 정치 혁명 가이드'(2017),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2018)를 연달아 냈다. 모두 부익부 빈익빈을 용인하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주요 산업 국유화와 부유층에 대한 징벌적 과세, 사회주의식 복지 등을 주장한 책으로, 최근 젊은 층 '사회주의 열풍'의 필독서가 됐다.

문제는 샌더스가 입만 열면 "백만장자, 억만장자들"을 콕 찍어 "왜 그들은 자동차를 몇 대씩, 요트를 몇 척씩 가지나. 그만 좀 해먹으라"는 식으로 공격해왔다는 점이다. 그는 10여년 전까지도 "어떻게 벌든 백만장자라는 건 존재해선 안 된다"며 100만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세율 100%를 부과하자고 했었다.

그런 샌더스의 재산 규모가 밝혀지자 '리무진 리버럴(강남 좌파)의 위선'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보 진영마저 "유명세와 시장 자본주의를 활용한 사회주의 재테크"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을 하면 당신도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격" "평소 소신대로면 전부 사회환원 해야 한다"며 들끓는 분위기라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전했다.

샌더스 의원은 또 구체적 소득 원천을 파악할 수 있는 납세 내역 공개를 거부해 뭔가 숨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샌더스는 2016년 경선 당시 차일피일 미루다 납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샌더스는 NYT에 "민주당 후보 지명이 안 돼서 못한 것"이라며 "세금 신고 기한인 4월 15일 10년치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