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직후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에 중앙인사위 공무원이 보고서를 올렸다. '장관 정책보좌관이란 프랑스·독일의 선진제도를 도입하자'는 요지였다. 곧바로 대통령령(令)이 만들어졌다. 취지는 '장관의 국정 업무를 돕고 공직 사회 개혁을 보좌한다'고 돼 있다. 당정청(黨政靑) 다리 역할을 한다고도 했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렀다. 지금은 "3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다"는 자리가 됐다. 그 자리를 경험한 어떤 인사는 "하는 일 없이 몇 년간 고액 연봉 받고, 개인 사무실에 비서 수발까지 받았다"고 했다.

▶정권 출범 '1등 공신'은 청와대 비서실로 가고, '2등 공신'은 장관 정책보좌관을 한다는 말도 있다. 현 정부가 시작된 뒤 18개 부처의 장관 정책보좌관 39명을 살펴보니 85%가 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즉 '캠코더' 출신이었다. 평균 연봉은 8970만원을 웃돈다. 2004년 조사 땐 45명 정책보좌관 가운데 60%가 낙하산이었으니 늘어나는 추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당료나 의원 보좌관, 캠프 출신이 내려왔다.

▶장관은 청와대와 정치권 돌아가는 기류가 늘 궁금하다. 정책보좌관의 중요 역할은 여권 내부 사정을 파악해 장관에게 보고하는 거다. 물론 그 반대로 장관과 부처 동정을 청와대에 알리기도 한다. 일종의 '정치 장교'인 셈이다. 장관으로선 그런 보좌관이 신경 쓰인다. 부처에 따라 '문고리 권력' '제3차관'으로 불리는 실세 보좌관도 나온다. 정책보좌관 경력을 발판으로 성공한 이도 있다. 민주당 전재수·기동민 의원은 각각 김진표 부총리와 김근태 복지부장관의 정책보좌관 출신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김장수 국방장관의 정책보좌관을 거쳤다. 최근 임명된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정동영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했다.

▶정책보좌관은 보통 2~3급인데 같은 직급인 일반 공무원보다 열 살 넘게 적은 경우도 있다. 그래도 각 부처 터줏대감인 직업 공무원들은 정책보좌관 앞에선 몸조심한다고 한다. "잘해줄 테니 조용히 있다 가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정책보좌관 제도 도입 아이디어를 냈던 그 공무원이 최근 사석에서 말했다고 한다. "정치판 건달, 시민단체, 운동권 출신 좋은 일만 시켰다. 보수 정부도 똑같더라." 정책보좌관을 경험한 인사의 회고도 비슷했다. "취지는 좋다. 그런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소수다. 전리품 나눠 먹는 자리일 뿐이다." 세금 내는 국민만 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