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밤 워싱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7번째 정상회담을 갖지만 사전에 발표된 회담 형식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눈에 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이 2시간여에 걸쳐 단독회담→소규모 참모 배석 회담→오찬 겸한 확대회담 순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이 발표만 보면 누구든 '단독회담'이 핵심일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이 단독회담에 양측 부인이 동석한다고 한다. 1박3일의 실무방문에 대통령 부인이 동행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부부 동반으로 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통역 시간을 빼면 사실상 인사와 덕담 한마디씩 하면 끝날 정도로 짧은 시간만 배정됐다. 실질적인 단독회담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규모 참모 배석 회담'이 그런대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로 보이지만 그마저도 바로 오찬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물론 현장 상황에 따라 일정과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정이 잡힌 것 자체가 여러 의문을 던진다.

이 스케줄만으로 보면 한·미 정상이 배석자 없이 북핵, 한·미 동맹 등 굵직한 이슈에 대해 속 깊은 얘기를 주고받을 시간은 사실상 없다. 이 같은 형식은 미국 측이 제안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체코 정상 등과 집무실에서 부부 동반 친교 만남을 가진 적이 있지만,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는 그런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핵 폐기 협상의 앞길을 가늠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공들이던 임시정부 100주년 행사를 건너뛰면서까지 미·북을 중재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급박하게 추진했다. 그런 추진의 결과가 '부부 동반 단독회담'이라고 한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을 통해 대북 압박이 북핵 폐기를 이끌어낼 유일하고 유효한 수단임을 확인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로드맵이 제시되기 전까지 제재 완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두 시간 내내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눠도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난제다. 미국도 이런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일정을 짠 것은 이번 회담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바라는 문 대통령과 실질적 논의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이란 느낌을 준다.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 면담, 펜스 부통령 면담을 먼저 갖게 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모두 대북 제재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 동맹의 파열음을 막는 기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