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만에 AIP 설계도와 기술이전 계획도 제시
전문가들 "北, AIP나 3000t급 잠수함 독자 개발할 능력 충분"

북한이 지난해 대만의 잠수함 도입 사업 입찰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의 잠수함 건조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북한이 입찰 당시 대만 국방부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에 자신들이 자체개발한 연어급 잠수정, 상어급 잠수함뿐 아니라 오랜 잠항(潛航)에 필요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P)’ ‘무산소발전소(VNEU)’의 설계도 일부와 기술 이전 계획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2015년 4일 기록영화를 통해 김정은 당시 노동당 제1비서가 지켜보는 가운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물속에서 발사되는 동영상(오른쪽)을 공개했다. 왼쪽 사진은 김정은이 잠수함 선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격려하는 모습.

◇北, 대만에 AIP 설계도와 기술이전 계획도 제시

9일 대만 현지 매체인 상바오(上報)와 타이완뉴스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대만의 한 무역회사를 통해 대만 국방부에 ‘대만 잠수함 도입사업(IDS)’을 위한 잠수함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북한은 2016년 8월에도 대만에 상어급 잠수함을 판매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입찰 제안서가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자신들의 연어급, 상어급 잠수함 뿐 아니라 '공기불요추진시스템(AIP)'의 설계도 일부와 기술이전 계획도 포함했기 때문이다.

보통 디젤 잠수함은 물 위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디젤 엔진을 가동하고 이를 통해 만든 전기를 축전지에 저장해 추진력을 얻는다. 축전지에 저장된 전기를 모두 쓰면 다시 물위로 올라와서 엔진을 작동해야 한다. 이같은 과정을 '스노클'이라고 한다. 디젤 잠수함은 외부 공기 유입을 위해 주기적으로 물 위로 부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AIP는 수중에서 공기 유입 없이도 전기를 발생시키는 시스템이다. 최대 2~3주 동안 부상하지 않고 잠항(潛航)이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스노클을 하면 적에게 잠수함이 노출될 수 있는데, AIP가 있으면 스노클 없이도 물 속에서 시속 11km 이하로 움직이면서 약 2주 가까이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잠수함을 건조하고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신포조선소의 모습. 2018년 8월 27일 사진(위)에 없던 잠수함 건조용 부속품·격벽 추정 물체가 지난달 2일 사진(아래·검은 점선)에 등장했다. 부둣가에 대 놨던 SLBM 실험용 플로팅 독(바지선·하얀 점선)도 앞바다에 옮겨져 있다.

◇한국군보다 30년 앞서 잠수함 개발...최근엔 SLBM 탑재 가능한 3000t급 개발 정황

북한은 1970년대 중반부터 자체적으로 잠수함 건조 기술을 쌓아왔다. 현재 약 80여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어급(130t)·상어급(325t) 잠수함뿐 아니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고래급 잠수함(2200t)도 자체 건조했다. 1992년 독일에서 도입한 1200t의 209급 잠수함을 처음 도입한 한국군과 비교하면 30여년 먼저 잠수함 건조 기술을 쌓아온 셈이다.

최근에는 북한이 SLBM 탑재가 가능한 3000t급 잠수함 건조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3000t급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품이 북한 신포항에 대량으로 등장한 게 군사위성을 통해 포착된 것이다. SLBM 시험 발사를 위해 플로팅 독(바지선)을 앞바다로 옮겨놓은 동향도 포착됐다. 신포조선소에는 원통 모양의 부속품과 잠수함 격벽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쌓여 있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8월 북극성-1형(최대 사거리 1500㎞) SLBM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 그 뒤 북극성-1형보다 사거리를 크게 늘린 북극성-3형 SLBM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SLBM을 3~4발 실을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이 개발되면 전략적 타격 능력이 커지는 것은 물론 지상 이동식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비해 탐지가 어렵다.

SLBM은 이를 탑재, 운반하는 잠수함이 중요하다. 북한은 2000t급에 불과한 신포급(고래급) 1척만을 갖고 있다. 선체가 작다 보니 SLBM도 1발밖에 탑재하지 못했다. 미국·러시아 등의 SLBM 잠수함은 최소 6~12발 이상의 SLBM을 탑재하는데, 북한 신포급 잠수함은 1발뿐이어서 전략적 타격 능력은 제한돼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북한의 작전능력은 과거보다 상당히 향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의 잠수함을 능가하거나 직접 상대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천안함 폭침과 같은 매복 공격을 감행하거나 한국 항구나 주요 해로에 기뢰를 뿌리는 능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AIP같은 기술이나 3000t급 잠수함을 독자 개발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북한의 작전 능력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문근식 예비역 해군 대령은 "북한은 AIP 기술을 러시아에서 배워왔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