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군벌 세력인 리비아국민군(LNA)이 지난 4일(현지 시각) 수도 트리폴리를 향해 군사 공격을 시작한 지 사흘 만인 6일 트리폴리 공항을 수중에 넣었다고 선언했다. 국민군은 7일에도 전투기를 동원해 트리폴리 외곽의 통합정부군을 공습(空襲)했다. 국민군은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의 지휘 하에 동부를 중심으로 국토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는 비(非)이슬람계 군벌 세력이다. 공격을 받은 통합정부군은 이슬람 세력이 주축이며, 2015년 출범했지만 서부를 중심으로 3분의 1만 관할하고 있다.

7일(현지 시각) 리비아 북동부 항구 도시 벵가지에서 반정부 군벌 세력인 리비아국민군이 군용 차량을 일렬로 세우고 무기를 든 채 서 있다. 리비아 동부 지역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군벌 리비아국민군은 지난 4일 서부 지역에 있는 수도 트리폴리를 향해 군사 공격을 시작해 정부군 관할 지역인 트리폴리 공항을 점령했다고 6일 발표했다.

7일까지 나흘간 벌어진 교전으로 국민군과 통합정부군, 민간인을 합쳐 적어도 49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의 42년 철권통치가 종식됐던 리비아에서 8년 만에 다시 전면적인 내전(內戰)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왜 리비아는 8년이 지나도록 정부와 군벌이 난립하며 충돌하는 무법천지가 됐을까.

카다피가 제거되긴 했지만 리비아는 전국을 통치하는 민주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140여 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다툼을 벌이는 데다, 이슬람계와 비이슬람계의 종교 갈등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이 계속되면서 한때 무장 세력이 1700개에 달하기도 했다. 보다 못한 유엔이 나서 2015년 친이슬람계를 중심으로 서부 지역에 통합정부가 출범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동부를 차지하고 무장 단체들을 규합하며 세력을 불린 하프타르와 국민군은 통합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유럽 국가들이 중재에 나서 연말까지 총선과 대선을 실시하기로 통합정부와 국민군은 합의했다. 하지만 선거 일정이 연기되며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과정에서 국민군이 예고 없이 공격을 개시한 것이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이번 리비아 내전은 석유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했다. 국민군이 통합정부를 급습한 이유로는 리비아 최대 공항인 트리폴리 공항과 항구를 수중에 넣어 석유 수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1959년 석유가 발견된 리비아는 아프리카 5위의 산유국이며, 한때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무상 의료와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국민군은 리비아 중·남부 지역 유전(油田)을 확보해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을 통제하고 있지만, 하프타르가 국제사회에서 리비아의 통합 지도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 수출에 제한을 받아왔다. 트리폴리를 수중에 넣어 석유 수출 루트를 다변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8년 만에 불거진 내전에 국제사회는 아직 개입하기를 꺼리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통합정부는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인 무슬림형제단이 주축이며, 터키·카타르와 긴밀한 관계다. 반면 국민군은 무슬림형제단과 사이가 나쁜 이집트·아랍에미리트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어느 한쪽을 편들기가 어려운 구조다.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하프타르 군벌은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한편으로는 리비아 내 미국인들에게 탈출을 권고하고 미군 병력을 빼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민군의 공격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러시아의 반대로 저지됐다. 국민군과 가까운 러시아가 "양쪽이 교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면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내전이 계속될 경우 국민군이 다소 우세하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국민군의 전력이 강하지 않다"며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는 게 필요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