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주변인들로부터 수십억원대의 돈을 빌린 뒤 해외로 도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래퍼 마이크로닷(26·본명 신재호)의 부모가 8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체포돼 유치장에 입감됐다.

충북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마이크로닷의 부모 신모(61)씨 부부는 이날 오후 7시 30분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출발한 항공편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경찰은 신씨 부부를 공항에서 체포해 제천경찰서로 압송했다.

8일 인천공항에서 체포된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5)의 부모 신모(61)씨 부부가 충북 제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신씨 부부는 오후 10시 45분쯤 제천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취재진에게 "죄송합니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경찰서로 들어갔다. 이후 별다른 조사 없이 유치장에 바로 입감됐다. 경찰 관계자는 "(도착) 시간이 늦어 이튿날인 9일부터 피의자 신분인 신씨 부부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이후 구속영장 신청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북 제천 송학면에서 목장을 운영했던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1997년 5월쯤 친척, 동네 이웃, 친구, 동창 등 지인 10여명에게 수십억 원을 빌린 뒤 잠적한 혐의(사기)로 경찰에 피소됐다. 현재까지 마이크로닷 부모에게 경제적인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한 사람은 총 14명으로, 피해 규모는 약 20년 전 원금 기준 6억원 정도다.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5) 부모 신모 씨 부부가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경찰에 체포돼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마이크로닷 가족은 이후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경찰은 당초 피의자들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기소중지’했지만 지난해 11월 온라인에서 사기·해외도피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마이크로닷 부모의 신변 확보를 위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신청했다. 그러자 같은 달 신씨 부부는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경찰에 자진 입국 의사를 전했다.

지난달에는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일부 피해자와 원금보다 적은 금액에 합의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마이크로닷 부모에게 사기를 당한 한 피해자는 "마이크로닷 부모가 1억 4000만원, 마이크로닷이 1억 5000만원. 합해서 총 2억 9000만원이 있다더라"며 "마이크로닷 부모가 ‘돈이 모자라니 먼저 합의를 봐서 원금이라도 먼저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걸 강조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