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청은 올해 처음 숙직 전담 직원 4명을 채용했다. '시간선택제·임기제 마급(숙직 전담)'으로, 공무원은 아니지만 1년 단위로 최대 5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급여는 월 170여 만원이다.

원래는 구청 숙직은 매일 공무원 5명이 담당했다. 3개월에 한 번꼴로 순서가 돌아왔다. 하지만 숙직 전담 직원을 뽑으면서 지난달부터는 하루 숙직 담당 2명과 공무원 3명이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구청 청사를 지킨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공무원이 숙직을 서면 대체 휴무로 자리를 비우게 되는데 민원인들이 불만을 제기해 전담 직원을 뽑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구청 공무원 편하자고 연 1억원 가까운 세금을 쓰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숙직 전담 직원은 밤에 구청에 머물며 걸려 오는 민원 전화를 받고, 청사 안팎을 순찰한다. 원래는 공무원들이 하던 일이다. 서울 구청 25곳 가운데 19곳이 구로구청처럼 숙직 전담 직원을 뽑았거나 뽑을 예정이다. 이들이 편성한 예산을 합치면 16억원이다. 서울 영등포구청은 올해 예산 1억5000만원을 편성해 숙직 전담 직원 6명을 뽑았다. 다음 달부터 숙직 근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당직을 선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구청 공무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숙직만 서는 직원을 뽑게 됐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청은 가장 많은 숙직 전담 직원을 운용하고 있다. 총 7명이 숙직에 투입됐다. 강동구청은 이들 한 명당 수당을 제외한 연간 기본급으로 2000만~4064만9000원을 책정했다. 숙직만 서는 직원을 두기 위해 한 해 최소 1억4000만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서울 도봉구청은 숙직 전담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도 당직을 설 수 있도록 근무 규칙을 개정했다. 올 1월부터 숙직 전담 기간제 근로자 6명을 고용하고 있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숙직 전담 직원 투입에 따라 공무원들이 숙직하던 주기도 6주에서 17주로 길어졌다"고 했다.

숙직 전담 직원을 둔 구청에서는 "여성 공무원 비율이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했다. 서울시 25개 구청 중 17개 구청에서는 밤을 새우는 숙직 근무에 남성 공무원만 투입하고 있다. 여성 공무원들은 공휴일 낮에 당직을 서는 '일직'만을 선다. 여성 공무원이 늘고 상대적으로 남성 공무원 비율이 줄어들자 남성들의 숙직 부담이 늘었고, "숙직 전담 직원을 뽑아 달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청의 경우 현재 숙직 전담 직원 2명을 두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숙직 전담 직원 1명과 남성 공무원 3명 등 4명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근무를 선다. 여직원들은 토·일요일 일직을 맡는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여성 공무원이 숙직을 서는 것은 위험하다' '여성에게는 육아 책임이 있다' 등 의견이 많아 남성 공무원만 숙직을 서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