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왼쪽), SK 김광현(오른쪽)

1988년생 동갑내기에 프로 통산 120승, 그리고 좌완 에이스. KIA 양현종(31)과 SK 김광현(31)은 공통점이 많다. 지난 10년간 두 사람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투수로 팀을 이끌었다. 지난달 23일 정규시즌 개막전에 나선 선발 투수 10명 중 국내 선수는 양현종, 김광현 둘뿐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반부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각각 3경기 선발 등판한 이들은 기대에 전혀 못 미치는 투구로 ‘잔인한 봄’을 맞고 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지만, 두 투수가 얼마나 빨리 본궤도에 오르느냐에 따라서 KIA와 SK의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이번 시즌 3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 중이다. 총 14이닝을 던지면서 14점을 내줬다. 피안타 부문 1위(26개)일 정도로 상대 타선에 집중 공략을 당했다.

구속이 떨어진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양현종은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힘으로 상대를 누르는 유형의 투수인데, 스피드가 나오지 않다 보니 이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삼성전에서 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39.7㎞(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부진의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양현종은 최근 5시즌 동안 KBO 무대에서 가장 많은 이닝(933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했다. 매년 평균 186이닝 정도를 던진 셈이다. 그만큼 피로감이 누적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도 차출돼 2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프로야구가 예년보다 일찍 개막한 탓에 컨디션이 아직 덜 올라왔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유독 양현종만 부진한 상황이라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이번 시즌 ‘200이닝 투구’를 목표로 야심 차게 출발한 김광현도 불안하다. 3게임 선발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5.29. 3경기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지만 경기당 평균 8개의 안타를 맞았다. 패스트볼은 최고 150㎞까지 찍었으나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등 제구가 나빴다.

김광현은 2017년 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일명 토미 존 수술)을 받은 다음 한 해를 통째로 쉬었다. 지난해 복귀한 그는 투구·이닝 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관리를 받았고, 11승 8패(평균자책점 2.98)를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다. 완벽한 몸 상태로 시즌을 준비했던 김광현은 올해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직 의욕만큼의 결과는 못 보여주고 있다. 매 경기 탈삼진 7개를 솎아내는 등 구위가 나쁘지 않았던 게 희망적인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