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군 장병에게 시행하는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에서 한·미 동맹 관련 챕터를 없앤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최근 대북·안보 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엇박자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 소속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이날 국방부로부터 받은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육 자료'에 따르면, 작년까지 정신전력교육 교재에 들어 있던 '한·미 동맹의 역사와 미래'라는 챕터가 올해 개정판에선 통째로 사라졌다.

국방부가 작년까지 사용한 교재는 2013년 개정판이다. 이 교재는 18개 과제로 구성됐는데 이 중 제12과가 한·미 동맹 관련이었다. '한·미 동맹의 역사와 미래'라는 챕터에는 '한·미 동맹과 국가 안보' '대한민국을 지키는 강한 힘, 한·미 동맹'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런 기조에 따라 국방부가 일선 부대에 배포한 자료에는 6·25 참전으로 시작된 한·미 동맹의 역사, 한·미 동맹의 강한 대북 억제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개정된 정신전력교육 교재에서는 한·미 동맹 관련 챕터가 제외됐다. 군 관계자는 "18개 과제를 12개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빠졌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미 동맹 관련 내용은 '튼튼한 안보를 위한 우리의 자세'라는 챕터의 한 하위 주제로 격하됐다. 국방부는 현재 이 교재를 활용해 신병·장병에 대한 정신전력교육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유사 중복 과제를 통합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북한은 주적' 개념 삭제에 이어 한·미 동맹의 의미를 예전보다 경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교재를 발행하는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일선 부대 정훈장교는 "북한 주적 개념 삭제 이후 장병들에게 군 복무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많다"며 "그런데 한·미 동맹 개념마저 축소하겠다니 무엇을 근거로 정훈 교육을 실시해야 할지 현장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훈 교육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냐"라는 얘기도 나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현 정권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만 몰두하고 있고, 반미(反美)적 성향을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정신전력교재에서 한·미 동맹 부분을 축소할 필요까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중로 의원은 "국방부는 정작 누가 우리의 적이고 누가 우리의 동맹인지를 알려주는 과목만 꼭 집어 삭제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관련 챕터만이 없어진 것일 뿐, 실제 내용은 정신전력교재 전반에 걸쳐 하나도 빠짐없이 반영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