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에이드리언 홍창

반북(反北) 단체 '자유조선'의 주요 인물인 에이드리언 홍 창(35)이 김정일의 장남이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에게 망명정부 지도자를 맡아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고 28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자유조선은 지난달 22일 발생한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다.

WP는 이날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지낸 김정봉 전 국정원 대북실장을 인용해 "홍 창이 수년간 북한 망명정부 수립을 추진해 왔고, 수차례 김정남에게 지도자가 돼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WP는 홍창이 김정남에게 접근한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2017년 1월쯤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그해 2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당국이 포섭한 다국적 암살조의 VX(맹독성 신경작용제) 공격으로 독살됐다.

앞서 김정남 암살 직후 외교가에선 "김정남이 암살당하기 한 달 전 북한 망명정부 추진 인물로부터 구체적인 망명 요청을 받았으며, 그것이 암살 이유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보 소식통은 "김정남 동향을 감시하던 북한이 홍창의 접근에 위기감을 느끼고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취소 때까지 유효한 명령)'였던 '김정남 제거'를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천리마민방위'란 이름으로 활동했던 자유조선은 김정남 암살 한 달 뒤 그의 아들인 김한솔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김정남 피살 이후 그 가족에게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왔다. 급속히 그들을 만나 안전한 곳으로 직접 이동해 드렸다"고 밝혔다.

WP는 또 이날 "자유조선이 구성원의 신변 노출을 우려하고 있고, 미국의 변호사가 이들을 대리해 전날 미국과 동맹국의 지원을 요청하는 성명을 냈다"고 했다. 자유조선 대리인은 미국 일류 로펌인 보이스실러플렉스너 소속의 리 월로스키 변호사로 알려졌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초국가적 위협 담당 국장을 지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특사도 지냈다. WP는 "자유조선이 어떻게 일류 로펌 변호사를 선임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이날 김한솔이 미 연방수사국(FBI) 보호 아래 뉴욕주에서 지내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국가정보원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스페인 당국이 발표하고 있는 상황만 언급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정원이 실질적 액션이 있으니 (자유조선을) 실체적 조직으로 판단한다는 얘기는 했다"며 "그 외 사항과 미국 연관성 등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홍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는데, 우리 국민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질문엔 "추정은 가능하나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