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생산·투자·소비 등 경제의 3대 축이 일제히 내리막을 걷는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산업 생산은 1월 대비 1.9% 줄어 약 6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을 보였고,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0.4%, 1년 전보다는 무려 27%나 급감했다. 그나마 괜찮던 소비 역시 소매 판매액이 전달보다 0.5% 하락하며 부진했다. 현재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외환 위기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11개월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3~6개월 뒤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 선행 지수마저 9개월째 하락해 전망은 더욱 어두울 것임을 예고했다. 어느 하나 좋은 측면이 없다. '반도체 착시'가 줄어들자 부진에 허덕이는 경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호황을 누린 몇몇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면 실물 경제는 작년 2분기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둔화됐다. 산업 생산 증가율은 2017년의 2.5%에서 작년엔 1.4%로 내려앉았고. 설비투자는 3.7% 감소로 돌아섰다. 고용 참사는 더욱 심각해 작년 한 해 동안 늘어난 일자리가 10만명도 안 됐다. 2010년 이후 연평균 고용 증가치(38만명)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주력 산업과 서민 경제가 위축되는 그 위에 최저임금 급격 인상을 위시한 소득 주도 정책과 반(反)기업 국정 기조라는 찬물을 끼얹었다.

그런데도 경제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보름 전 "올해 들어 산업 활동 및 경제 심리 관련 지표들이 개선된 모습이며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 경제 부처가 아니라 민주당 연구소 같다. 이 엉터리 보고를 토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가 견실한 흐름"이고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엉뚱한 발언을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월 생산·소비가 반짝 늘어났던 건 '설 연휴 특수' 때문이라는 사실을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관료들이 이를 빼고 대통령 듣기 좋은 보고만 했다. 그렇게 해서 문 대통령은 또 한 번 어이없는 소리로 국민을 아연하게 만들었다. 이게 대체 몇 번째인가.

진단이 엉터리인데 정확한 처방이 나올 수 없다. "물 들어온다" "경제 견실" "최저임금 긍정 효과 90%"와 같은 황당한 대통령 발언은 얼마 안 있어 또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