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던 작년 7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 흑석동 뉴타운 재개발 부지의 25억원짜리 상가주택을 매입했다. 아파트 2채와 상가 1채를 받을 수 있는 속칭 '딱지'를 산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은행 대출 10억원과 상가 보증금 등을 끼는 방식으로 투자 원금의 무려 3.5배에 달하는 투자를 했다. '갭 투자' 수법의 극단적 형태다. 그는 이미 10여억원의 평가 차익을 올렸다고 한다. 입만 열면 정의를 말하는 정권의 핵심 당국자가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부동산 투자를 하고 태연하게 재산 신고까지 했다. 그 내로남불엔 아연해질 따름이다.

김 대변인이 '딱지' 투자에 나선 것은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을 타깃 삼아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분양권 전매 금지, 5년 재당첨 금지 등의 규제책을 융단 폭격 퍼붓듯 쏟아낼 때였다. 투기꾼을 대상으로 6차례 세무조사도 실시했다. 정부는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그 뒤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청와대 대변인이 서민은 상상도 힘든 거액의 은행 빚을 지고 자기 전 재산을 던져 재개발 투자에 나섰다. 누가 이런 정부를 믿겠나.

김 대변인이 문제의 건물을 매입한 지 일주일 뒤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재개발 마스터플랜을 언급했고, 여기에 자극받아 흑석 뉴타운 땅값이 급등했다. 석 달 뒤엔 김 대변인 소유 건물 지역에 뉴타운 사업시행 인가가 떨어졌다. 김 대변인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관리처분 인가' 직전 단계에서 딱지를 매수해 전매 규제도 피했다. 이 모든 것은 우연인가.

김 대변인은 집을 청와대 관사로 옮기며 전세금까지 빼내 베팅했다. 역대 청와대 대변인 중에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이 관사를 쓴 경우는 김 대변인이 처음이라고 한다. 투기하기 위해 청와대 관사를 이용한 것이다. 청와대 관사는 국민 세금으로 짓고 운영하는 시설이다. 그가 은행에서 빌린 10억원 대출은 월 이자만 330만원에 달한다. 김 대변인은 대체 이 엄청난 이자를 어떻게 갚으려고 생각했나.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대변인이 된 사람의 돈 배포에 놀랄 뿐이다.

그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라고 해명했다. 정상적 무주택자는 아파트 한 채를 사거나 분양받지 거액의 은행빚까지 져가며 아파트 2채와 상가 1채의 '딱지' 투자를 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김대변인은 과거 기자 시절 "누구는 아파트 값이 몇 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초원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가는 (서민의) 비애"를 토로했다. 후안무치 아닌가.

김 대변인은 기자 시절 최순실 문제를 파헤쳐 문재인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대변인이 됐고 청와대 안에서도 실세로 꼽힌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보통 사람은 처신에 각별히 주의한다. 그런데 그 정반대로 엄청난 투기 베팅을 벌였다. 재산 신고로 다 드러날 것을 알고서도 했다. 대통령의 총애, 언론 대부분이 자신들의 응원단이라는 믿음에다 체질화된 내로남불 의식이 아니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새 장관 후보 7명 중 4명도 두 채 이상 집을 갖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국토부 장관 후보는 3주택자인 것을 세탁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꼼수 증여를 실행했고, 행안부 장관 후보는 김 대변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재개발 딱지를 사들여 아파트 2채와 상가 1채를 한꺼번에 얻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도덕적이고 정의롭다고 한다. DNA가 다르다고 한다. 누가 이를 비판하면 반(反)촛불 세력, 비민주 세력이라고 매도하고 무섭게 공격한다. 이 위선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