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순 교수팀이 2008~2016년 영·유아 검진을 받은 아이 3만8049명을 추적해보니 생후 6개월까지 엄마 젖만 먹인 아이는 만 6세가 됐을 때 비만일 확률이 분유만 먹인 아이보다 20~30%가량 낮았다. 김혜순 교수는 "최소 6개월, 아이가 원한다면 그보다 더 길게 엄마 젖을 먹이면 비만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비만뿐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유가 '완벽한 영양식'이라고 했다. 엄마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가 모유를 먹이는 것이다. 모유 수유는 아이·산모의 건강 전반에 '플러스'가 된다.

WHO는 생후 6개월 동안은 모유만 먹이는 게 가장 좋다고 권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아기 중에 생후 6개월까지 모유를 먹는 아기는 열 명에 네 명이 조금 넘는다(41%). 이 비율을 2025년까지 50%로 끌어올리고, 2030년에는 70%까지 가는 게 WHO의 목표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모유 수유율이 낮아서 발생하는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3000억달러(약 340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완벽한 영양식' 모유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가 비만 관리 종합 대책을 세우면서 '모유 수유'를 중요한 항목으로 올렸다. 엄마 젖 먹이는 게 국가 차원의 비만 대책이 될 만큼 엄마 젖이 훌륭하단 얘기다.

그래픽=박상훈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수많은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복지부가 2013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분유를 먹은 유아의 비만율은 11.8%였던 반면 모유 수유를 한 유아의 비만율은 그 절반인 5.4% 정도에 그쳤다.

비만 말고도 아이와 엄마의 건강에 모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분당차병원에 따르면 모유 수유는 ▲아이의 소화·배변을 돕고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며 ▲치아 발달, 충치 예방 등의 장점이 있다. 또 모유 수유를 하면 엄마의 칼로리 소모량이 커져서 출산 후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고 산후 우울증, 여성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모유 수유하려면 아빠의 역할도 중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모유 수유율이 낮은 편이다. 산모 네 명 중 한 명(25.6%)만 생후 6개월간 분유와 모유를 섞어서 먹이고 있는 정도다.

왜 그럴까? 아직 우리나라는 집 밖에서 젖 먹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엄마 젖 먹고 자라는 아기가 늘어나려면 아빠가 돕고, 가족이 돕고, 사회가 도와야 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수유 시설 검색' 사이트(sooyusil.com)에 따르면 전국의 공공기관, 기차역,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는 2761개의 수유 시설이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 등에서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수유실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인구보건복지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개별 회사 내에 수유실을 만들 때 필요한 용품들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또한 모유 수유 후에는 졸음이 몰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엄마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WHO는 "모유 수유를 위해선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충분히 쉴 수 있도록 아빠가 아이를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의 육아의 다른 일들을 맡아주고 다른 집안일 부담도 덜어줘야 한다고 권장한다. WHO는 "(아이가 모유를 다 먹고 나서) 트림을 시키는 것부터 아빠가 하라"고 권한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는 영양분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분당차병원은 "모유 수유를 잘하려면 시간 여유를 갖고 천천히 젖을 먹이는 것이 좋다"면서 "양쪽 유방을 모두 사용하고, 유방 마사지 등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모유 수유는 엄마가 하고 싶다고 무조건 되는 일이 아니다. 우선 엄마 중에는 여러 가지 신체적인 이유로 모유 수유가 어려운 사람이 드물지 않다. 정상희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모유가 잘 생기지 않거나 배출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유두 모양에 따라 수유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나는 왜 아이에게 모유를 못 먹일까'라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의사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