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70대 할아버지가 유튜브 스타가 됐다.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를 파격 선곡해 흥겨운 춤사위를 보여준 지병수(77)씨가 그 주인공이다. 방송 3일 만에 지씨의 ‘전국노래자랑’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가 87만 회를 넘었다. 지씨는 방송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여러 군데서 연락이 오니까 보람을 느꼈다. ‘내가 이 나이에 조금 스타가 됐나’ 이렇게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손담비에게 듀엣 요청을 하기도 했다.

지씨는 지난 24일 방송된 '전국노래자랑' 서울 종로구 편에서 ‘종로 멋쟁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미쳤어' 무대를 펼쳤다. 지씨는 익숙하게 빠른 템포의 곡을 소화했다. 섹시함이 포인트인 '미쳤어'의 안무를 재해석한 춤까지 곁들였다.

24일 방송된 ‘전국노래자랑’에서 손담비의 ‘미쳤어’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지병수 할아버지

70대인 지씨의 열정적인 무대에 관중은 환호했다. 무대를 보다 웃음을 참지 못해 흐느끼는 관객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MC 송해는 무대를 끝낸 지씨에게 "부를 노래가 깜짝 놀랄 노래다. 미쳤어? 미쳤어!"라고 말했다. 열화와 같은 반응에 지씨는 나미와 붐붐의 '인디언 인형처럼'까지 선보여 박수를 받았고, 이날 인기상까지 수상했다.

방송 직후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대 영상이 확산하면서 지씨는 더욱 큰 화제가 됐다. 이날부터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는 '미쳤어 할아버지', '미쳤어'가 높은 순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이 세상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춤이 아니다", "다른 무대도 보고 싶다", "젊고 즐겁게 사시는 것 같이 보기 좋다. 앞으로도 부르고 싶은 노래 부르면서 행복하게 사시길" 같은 반응을 내놨다. ‘종로할담비’(할아버지+손담비를 합친 말)라는 유쾌한 별명도 생겼다.

원곡을 부른 손담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지씨 무대 영상을 캡처해 올리며 "할아버지 감사해요 ㅎㅎㅎ"라고 했다.

손담비 인스타그램 캡처

지씨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뜨거운 반응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에도 (무대 영상이) 무진장 올라왔다"며 "누나들이고 조카들이고 난리가 났다. 세 누나가 다 전화가 와서 ‘야, 동네 아줌마들이 난리 났다. 너 노래하는 거 보고’. 오늘도 복지관에서 사람들이 (내) 이름을 모르니까 ‘미쳤어, 어디 가’, ‘미쳤어, 이리 와 봐’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씨는 ‘미쳤어’를 선곡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음악을 많이 듣는다"며 "박진영의 '허니'도 잘 부르고, 카라 '미스터', 티아라 '러비더비'도 좋아한다"고 했다.

또 지씨는 ‘인생은 70세부터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면서도 "나는 아프지 않는 게 소원이다. 아프지 않고 그냥 즐겁게 살다 어느 순간에 가는 게 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제가 기초생활수급자다. 그 돈 받아서 여기 집세 좀 내고, 담배를 피우니까 담배 피우고, 그것밖에 없다"고 했다. "제가 옛날에 옷 장사를 했다. 옷 장사를 명동·청담동에서 하다가 끝나고 돈 좀 벌었는데, 하루아침에 IMF(국제통화기금) 때문에 도장을 잘못 찍어 아파트 하나가 싹 날아가 버렸다"며 과거에 겪었던 일도 털어놨다.

지씨는 인터뷰 말미에 "내가 담비씨 노래 '미쳤어'를 너무너무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같이 듀엣으로 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손담비에게 듀엣을 ‘깜짝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같이 하면 (손담비) 뒤에서 춤을 추면서 나는 흉내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