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새벽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동부구치소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닮아 있다. 그만둘 의사가 없는 사람을 ‘찍어내기’ 한 것, 친 정부 인사를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를 한 것이 그렇다.

2017년 7월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김은경 전 장관은 과거 정부 인사들 이름이 담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들을 압박해 사표를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26일 새벽 법원이 기각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52·사법연수원 21기) 변호사가 이 사건을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로또 사법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긴 글을 올렸다. 그는 "같은 사안을 놓고 지난번엔 블랙리스트라며 중형을 선고하고, 이번에는 인사협의 관행에 따른 것이라며 구속영장 기각했다"면서 "자기들이 하면 합법적인 적폐청산이고, 남들이 하면 불법한 블랙리스트,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 이중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어땠을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문화·예술계 인사들 중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지난 2017년 1월 구속됐다.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에게 사표를 내게 한 뒤 3명을 실제 그만두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김 전 실장은 항소심에서 이 같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월 김 전 실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공무원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부분은) 객관적이고 합리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이뤄진 위법행위"라고 했다. 재판부는 "1급 공무원을 면직할 때도 임용권자의 자의는 허용되지 않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갖춰야 한다"며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실행에 소극적인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측근이었다는 이유로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했다. 정부의 국정기조에 소극적인 이들을 '찍어내기' 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문체부나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수법이나 방식, 범행 목적 등이 베낀 듯이 똑같다"면서 "전 정권 인사는 죄를 엄중하게 묻고, 현 정권 인사는 구속영장조차 기각하는 것은 누가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