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인사·검증 라인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과거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수사 대상이 됐던 '찍어내기 인사'와 '낙하산 인사'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또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비롯한 인사수석 라인은 검찰의 '블랙리스트' 수사 선상에 올랐다. 정권 출범 초부터 논란을 빚어왔던 '부실 인사 검증'은 이번 개각 때도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데도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은 공식 해명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쏟아지는 '찍어내기' '낙하산' 의혹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수석실은 그동안 이른바 '코드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좁은 인재 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친문(親文)과 대선 캠프, 여권·진보 진영 중심의 인사를 거듭해 왔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인사수석실은 최대한 많은 인재들을 확보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재 '외부 수혈' 없이 같은 편만 추천을 올린 것은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靑수석·보좌관 회의 참석한 인사수석과 민정수석 - 조현옥(왼쪽)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이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라인을 총괄하는 두 수석은 정권 출범 이래 계속되는 찍어내기·낙하산 인사와 부실 검증 논란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로 인해 '블랙리스트'의 지휘부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에 이어 직속 상관인 조현옥 인사수석까지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찍어내기'와 '낙하산' 인사 의혹의 몸통으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그간 의혹을 전면 부인하다 지금은 '합법적 인사를 한 것'이라는 기조로 바뀌고 있다. 청와대는 작년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청와대 개입 정황이 나오자 이번엔 "환경부 감사는 적법한 감독권 행사이자 체크리스트"라고 했다.

야권에선 '블랙리스트'가 환경부뿐 아니라 국무총리실과 기재부, 통일부, 보훈처 등 다른 부처에도 광범위하게 있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직 기관장 등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반복되는 부실 검증 논란에도 침묵

이날 시작된 일곱 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와대 '검증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에 대한 공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조 수석이 그동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등에 출연해 공수처 필요성을 주장하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된다.

대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8일 "(의혹에 대해) 사전에 체크된 것"이라고 했다. 알고도 지명했다는 얘기다. 아들이 마약 밀수 혐의로 구속돼 논란을 빚은 유시춘 EBS 이사장은 "당시 청와대에도 이런 내용을 알렸다"며 "조현옥 수석도 따지고 보면 후배"라고 했다. 인사수석실이 알고도 넘겼다는 얘기다.

부실 검증과 낙하산 인사 등 총체적 인사 난국에도 조국 민정수석은 "원칙대로 검증했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이 없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에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장관 후보자 8명을 그대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조 수석의) 알릴레오 등 출연은 정책 홍보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인사 검증에서) 후보 선택 기준이나 과정은 자체로 고도의 기밀에 속해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들 중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등 자신들이 정한 '7대 인사 배제 원칙'에 해당하는 후보자는 없기 때문에 검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인사 과정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인사 추천은 인사수석, 검증은 민정수석, 인사추천위원회는 비서실장이 주재한다"는 정도만 밝히고 있다. 청와대 인사 라인은 1~3순위 후보자를 정하고 검증 결과를 짤막하게 기록해 비서실장·민정수석·인사수석·정무수석 등으로 구성된 인사추천위원회에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추천위 논의를 거친 후 대통령이 최종 지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권은 "청와대가 세운 기준이라는 것부터가 모호하고, 자기편에는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대통령은 청와대 인사 라인을 교체하고 국회 청문회 결과를 존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