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하자 주요 외신들도 이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외신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해온 북한이 압박성 도발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우리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이날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통보하고 공동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AP는 통일부의 발표 내용을 전하며 "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화해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에 문을 열었고, 이런 시설은 남북한이 각각 미국이 후원하는 자본주의와 옛 소련이 지원하는 사회주의 국가로 갈라진 후 처음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남북은 지난해 6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개성공단에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설치키로 합의하고, 그해 9월14일 정식으로 연락사무소를 열고 가동에 들어갔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AP는 "지난달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은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관한 분쟁으로 결렬됐다"며 "북한의 이번 조치는 남북한 간 유대에 찬물을 끼얹고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관한 세계의 외교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도 이 소식을 긴급 속보로 타전하며 "북한은 남북 화해와 평화협상의 핵심 상징인 비무장지대(DMZ) 인근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고 전했다.

CNN은 북한의 조치를 미국의 강화된 제재에 따른 보복성 조치로 해석했다. 매체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 두 곳을 제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에 가담한 중국 해운사 두 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첫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독자 제재다.

아울러 CNN은 남북관계 전문가를 인용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철수’는 이미 북한의 카드로 거론돼왔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에 대해 한국의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에서 미국의 제재로 남북한의 실질적인 협력이 불가능할 경우 양국의 회담이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이터는 "미북 정상회담 실패 이후 대북 강경책을 중단시키려던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노력에 차질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일본 매체도 북한의 철수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NHK는 통일부의 발표 내용을 전하며 "이 사무소는 지난해 9월 남북 실무협의나 민간 교류 등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NHK는 "북한은 지난달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미북 관계에 대한 한국의 역할이 미비하다’고 비판 강도를 높여왔다"며 "이번 조치는 이런 불만에 대한 압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지통신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국은 미·북 협상 지속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었지만 북한이 남북 대화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나타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