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 지방자치단체에 새로운 시(市)가 생길 전망이다. 광역시와 일반시의 중간인 특례시다. 특례시는 일반시

이면서도 광역시급의 행정·재정 자치권을 갖게 된다. 189개의 사무 권한을 중앙에서 이양받는다. 광역지자체 승인을 받아야 했던 택지 개발 지정, 사립 박물관·미술관 건립,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도 갖는다.

정부는 최근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을 공개했다. 또 단순히 인구 기준으로만 특례시를 지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보완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인구 100만명 이상을 유일한 조건으로 할 경우 실질적인 행정 수요를 감당하는 지자체가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 쏠림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인구를 포함해 지역적 특성, 균형 발전 가능성 등이 지정 조건 논의에 포함될 전망이다.

김승수(왼쪽) 전북 전주시장과 박병술 전주시의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11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를 특례시로 지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장 반색한 지자체는 전북 전주시다. 전주시 인구는 65만명으로 '인구 100만명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광역시가 없는 전북도의 도청 소재지인 데다 관공서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총 264곳으로 광역시인 울산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용 기관 규모로만 보면 인구가 100만명 이상인 수원시나 고양시보다도 많다. 전주의 생활인구가 120만명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생활인구란 거주와 근로, 업무, 취업 등과 관련해 특정 시점·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를 말한다. 통신사 SKT가 지난해 전주의 생활인구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93만6249명, 최대 125만774명이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와 같은 생활권에 있는 완주군을 포함할 경우, 하루 평균 109만1788명, 최대 163만3830명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통신사인 KT 조사에서도 지난해 10월 전주·완주 생활인구가 하루 최대 100만명을 넘어섰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21일 "인구 기준으로만 특례시를 지정하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인 국가균형 발전을 이룰 수 없고, 수도권만 비대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반드시 특례시 지정을 성공시켜 50년 낙후와 차별의 고리를 끊어내고 전주와 전북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95만명), 충북 청주시(83만명)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판교테크노밸리가 있는 성남시는 다른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유동인구와 외국인까지 고려하면 실질 행정 수요는 140만명에 육박한다고 주장한다. 또 2018년 재정자립도 63.5%로 전국 3위,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세출 예산 3조원을 넘긴 거대 도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세종특별자치시와 대전광역시가 지리적으로 맞닿아 있어 행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특례시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범덕 시장은 "청주는 헌정 사상 최초로 주민 자율통합을 이뤄낸 도농(都農) 복합도시"라며 "도시와 농촌 간 상생 협력 사업을 이행하기 위해 특례시 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